마흔네 번째 질문

20201020

by 여느진

Q. 원하던 걸 이뤘던, 가졌던, 성공했던 경험을 나눠주세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아요. 성취했던 그 느낌은 어땠나요?

A.

지금의 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성취의 경험은 역시 고3. 사실 실패를 기반으로 한 성취였다. 본래 생각하던 대학 진학 방식을 그만두고, 당시 가세가 기울었었는데 내가 할 일은 공부뿐이어서 속으로 조금 많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고, 관심 많고 잘하던 과목은 국어였던 내가 우연한 계기로 고3이 되는 겨울방학에 하루 9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게 됐다. 그렇게 3월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영어를 2등급 받아봤다. 앞자리가 9인 점수도 처음이었다. 그때 기분은 벅참과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였었다. 그 전에도 크고 작은 성적 상승의 경험을 해봤었지만, 이렇게 지금 직업에 영향을 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치열하게 한 과목에만 몰두해본 건.


올해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성취는 이전 카카오 프로젝트를 완수한 것. 우연한 기회로 매일 글을 쓰고, 그 글을 독립 출판하는 데에 지원을 받게 됐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좋아해 줘서 기분 좋았다. 100일의 시간을 모아서 세상에 보여주게 됐을 때, 나는 지난 실패를 떠올렸다. 고3 때는 공부를 하게 해 줬던 그 실패를. 내 실패는, 사실상 포기는 결국 이렇게 이어지게 되는구나. 나 아직 글 쓸 수 있구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매일 글 쓰게 해 줬고, 작사라는 새로운 길을 떠올리게 해 줬다.


가장 최근의 성취는 좋아하는 가수 앨범의 포토카드를 얻은 것. 멤버 수가 많아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한 번에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검색과 새로고침 등의 과정을 통해 교환에 성공하고 곧 내 손으로 들어온다. 해냈다!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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