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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엘리 Dec 28. 2022

별의 의미

내 마음에는 별 백만 개 은하수

매니저 약사 위니가 나를 다급히 불렀다. 약국에서 수습 테크니션으로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약국 웹페이지에 ‘직원이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별점 두 개 리뷰가 달렸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신참, 너 때문 아니겠니? 그러니 내일부터는 꼭 명찰 옆에 ‘Trainee(수습)’ 명찰까지 함께 착용하도록 해 줘요.”


손님과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렸던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컴퓨터 화면 속의 별점 두 개 리뷰를 응시했다. 매니저 위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사무실을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잠깐 눈을 꼭 감고, 고인 눈물을 눈동자와 함께 한 바퀴 돌려 눈 뒤로 삼켰다. 매니저로서는 합리적인 추측이었고, 나름의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카운터로 나갔다.


누군가에게 별점 두 개를 받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가 나를 별점 두 개 리뷰의 원인 제공자로 본 것이니, 매니저가 나를 별점 두 개짜리 직원이라고 본 셈인가 싶어 매우 속상했다. 별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별점 두 개는 40점, 약국에서 일하기 전까지 맹세코 그 어디에서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점수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별 것 아닌 점수일 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리뷰에 남겨진 별점 두 개가 테크니션으로서의 내 삶을 그리고 나를 40점짜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날, 별점 두 개 리뷰가 쏘아 올린 눈물은 노력으로 변환되었다. 40점짜리 직원으로 계속 머물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약국을 떠나는 순간까지 괜찮은 약국 테크니션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약국을 떠날 때, 위니는 최고의 레퍼런스를 주겠다고 말하며 나를 꼭 안아 줬다. 다시 눈가가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우리 모텔 구글 리뷰에 한 손님이 별점 두 개를 남겼다.


⭐️⭐️”

서비스도 좋고 청결 상태도 좋지만, 코롤라(도요타 자동차에서 생산한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자동차 모델,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현대 아반떼 정도)에 빨간색 칠을 한다고 페라리가 되진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머물기에 방은 좁았고 여유 공간이 없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주인 입장에서는 이 별점 두 개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일단, 우리 모텔은 손님에게 페라리급의 숙박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도 우리 모텔이 고급 호텔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에 맞는 코롤라 정도의 숙박료를 책정한다. 손님이 페라리를 원했다면, 페라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숙소로 갔어야 했다. 또한, 우리 모텔이 시설이 훌륭하고 공간이 넓은 모텔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에 신경을 쓰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손님이 리뷰에 스스로 남겼듯, 코롤라가 적어도 3초는 페라리로 느껴지도록 “빨간색 칠”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손님이 별점 두 개의 별점 테러를 남긴 것은 주인의 모텔을 향한 TLC(loving tender care)를 보고도 깔아뭉갠 처사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코롤라 값을 지불하고 페라리를 원하는 손님이 남긴 별점 두 개 리뷰는 사리씨와 나의 훌륭한 안줏거리가 되었다.


“우와! 성공했네. 성공했어. 우리 모텔이 페라리로 보이나 봐.”

“자기가 그동안 사랑과 정성을 쏟은 것이 표가 나나?”

“친절하고 깨끗하다면서, 별점을 세 개는 줘야지. 쪼잔하게 두 개가 뭐냐? 그렇게 쪼잔하니까, 손 떨려서 결국 페라리는 못 탈 깜냥이야.”

“별점 두 개 줬으니까 그 손님은 다시 올 일은 없겠지. 우리도 좋은 점을 좋게 봐주는 손님만 받으면 좋겠다.”


그나마 이 손님이 언급한 공간이 좁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는(알고 있지만 해결은 불가능한) 문제점이다. 술 한잔에 안주로 놓고 잘 씹어 삼킬 수 있는 리뷰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와 불평을 위한 불평으로 별점 테러를 저지르는 블랙 컨슈머 같은 손님들이 있다. 이미 테러로 얼룩진 인터넷상의 리뷰에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별점 네 개, 별점 다섯 개의 리뷰가 쌓여 별점 한 개를 상쇄시킬 만큼의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별점 한 개의 테러가 우리를 괴롭혀도 양심껏 열심히 꾸준히 일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밤하늘에 총총 박힌 아름다운 별들을 보며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남기는 별점은 정말 믿을만한 별일까?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반짝이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부르며 밤새 수많은 별을 헤아렸는데, 어떤 사람들은 별에 왜 이렇게 인색한 것일까? 아름다운 별로 점수를 주는 제도는 누가 만들어서 별을 테러 인자로 만든 것인가?


‘아무리 별 점 두 개 줘봐라. 내 마음속에서 우리 모텔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는 은하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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