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쓰는 재미, 쓰기의 권태
약 반년 정도 “그들의 남겨진 조각” 매거진을 연재했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작가들도 있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고작 열두 편의 이야기를 썼을 뿐이다. 심지어 지난 유월에는 단 한 편의 글도 발행하지 않았다. 게으름도 분명 하나의 원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브런치라는 이 글쓰기 플랫폼에 계속 글을 써야 하는지 자체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글을 한 편 발행하고 나면, 보통 하루 안에 스무 개 내외의 공감의 하트가 눌리고 그리고는 멈춘다. 그 하트 중 반 정도는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머지 반 중의 반은 때로는 글을 발행하자마자, 내가 쓴 글을 찬찬히 한 번 정독도 못하는 시간에 “아니, 벌써??” 이러한 느낌으로 눌러져 있다. 그 글을 쓰고, 여러 번 읽고 발행한 나 조차도 발행 후 한 번 더 읽으며 혹시라도 있을 오타나 어색한 표현을 찾아 읽고 있는 중에 이미 하트가 눌러져 있는 것이다. 진정성이 깃들어 있든 그렇지 않든 내 글에 하트를 눌러주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나도 그 작가들의 계정에 한 번씩은 들어가 해당 작가의 글 목록을 보고, 작가 소개도 읽고 글도 한두 편씩 정도는 읽는다. 문제는 그렇게 내 글에 하트를 눌러준 작가들의 상당수는 알고 보면 브런치 메인 페이지의 “오늘의 작가”에 소개되는 작가들이거나 구독자 급등 작가라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글에 하트를 일단 눌러 해당 작가의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유명해져야 그 유명이 더 큰 유명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하트를 누르는 행위“를 나쁘게 보고 싶지는 않다. 이것도 일종의 자기 홍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씁쓸한 뒷 맛은 어쩔 수 없다.
브런치에 접속해서 글을 매일 쓰고 자주 발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하루에 몇 번 정도 브런치스토리 앱에 들어온다. 보통은 내 계정에 알림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고 바로 닫아버린다. 그러나, 종종 메인 페이지에서 안내하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이나 ‘브런치 스토리 인기글’은 무엇인지 스크롤해서 죽 내려본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단어를 제목에 쓰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왜 그렇게 “이혼” 또는 불행을 연상시킬만한 단어가 대다수인지 모를 일이다. “이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이미 중립적인 마음을 갖기 어려운데, 이제는 한 술 더 떠 그 이혼을 묘사하는 단어마저도 자극적으로 택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혼뿐이 아니다. 글을 통해 자신을 찾고 위로를 찾는 것이 브런치스토리의 추세인지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도 “이혼”, “불안, 우울” 정도는 털어놓아야 사람들이 읽는,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나의 글과 책을 올려놓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처음 브런치에 작가로 발을 디딜 때, 나를 브런치로 이끈 작가에게 물었다.
“저는 브런치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아서 영 불편하기만 한데, 작가님은 어떻게 브런치를 이용하시나요? “
“저는 브런치에 제 초고를 저장해 놓는다는 생각으로 브런치를 이용해요. 출판업계에서 여전히 가장 주목하고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고요. 브런치에 있는 타인의 글을 많이 읽지는 않아요.
저와는 달리 브런치에 적응 못하시고 떠나는 작가들도 많이 봤어요. “
브런치 이용 방법을 알려주었던 작가는 여전히, 수많은 글쓰기 꿈나무들을 브런치 작가로 키워내고 브런치를 이용해 함께 글을 쓰고, 또는 홀로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를 이용해 자신의 새로운 책을 출판하고 다른 작가들과 교류한다. 이쯤 되니,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그 작가는 어디에선가 따로 또 같이 글을 쓰고 저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브런치가 아니라 “글쓰기” 그 자체라는 뜻이다.
다시 나의 글쓰기로 돌아온다. “그들의 남겨진 조각” 매거진은 파란선 작가님과의 공동 매거진이다. 파란선 작가님이 먼저 함께 글 쓰지 않겠냐고 손 내밀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매거진이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것에 능한 나에게 행동하자고 토탁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이제야 전한다. 교사로서, 약국 테크니션으로서, 모텔리어로서 타인에게 얻은 생각 조각들을 기록했던 매거진은 이 에필로그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할지라도 나의 인생이 계속되는 것처럼 나는 계속 쓰도록 하겠다. 브런치에서든 다른 플랫폼에서든 나의 마음속에서든 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겠다.
PS. 함께 글을 쓰고 싶은 작가님들의 공동 매거진 제안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보실지 모를 출판 관계자 분들의 제안도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