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섬을 발견하다!
얼마 전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친구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친구와는 10여 년 전 시수업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락이 끊겼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친구 생각이 나서 먼저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와 나는 같은 동네 주민이었다.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10년 넘도록 서로의 소식을 모르고 지낸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와 나는 동네에 있는 예술 영화관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몇 주 후 친구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주었다.
친구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주말이라도 짧게 파리, 이집트, 호주, 남미 기타 여러 나라들을 여행 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가 무려 47만 마일리지나 된다고!! 3만 마일리지만 더 모으면 50만 마일리지가 되는데 그럼 평생회원? 여하튼 뭐 그런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2년 가까이 3만 마일리지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흑흑.
그동안 작가 생활을 하며 지내온 나는 일반 직장인들보다 여행을 꽤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앞에서는 ‘여행’의 '여'자도 내밀 수 없는 초보자일 뿐이었다.ㅎㅎㅎ 어쨌든 친구 집에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하며 모은 각 나라의 마그네틱과 스타벅스 머그잔이 가득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여행 이야기, 직장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을 하게 되었고 나는 친구에게 좋아하는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최근에 여행지를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수많은 여행지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여행지는 역시 '코스 섬(Kos Island)’이다. 내심 이곳을 한국인들이 영원히 모르길 바라기도 했지만 또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있는 심리는 무엇일까.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은, 그러나 좋아서 알리고 싶은 아이러니한 마음
그리스 2편에서도 예고했듯이 사실 '코스 섬'을 둘러볼 수 있었던 건 배 시간을 잘못 예약한 덕분이었다. 그리스에서 터키로 들어가는 경로는 수없이 많은데 난 고민 끝에
산토리니 - 코스 섬 - 보드룸
코스를 선택하였고 코스 섬은 보드룸(터키)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였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전 페리 예약을 알아보다가 코스 섬에서 보드룸으로 출발하는 페리가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여행을 떠나기 전 국내에서 안전하게 페리 시간을 예약 완료하였는데.. 맙소사!!!
코스 섬에 도착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은?!! 현장에서도 티켓을 넉넉하게 판매한다는 것이었으니... 그것도 바로 환승할 수 있는 시간대의 티켓을.ㅠ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 어쩌면 모두) 그렇게 코스 섬에서 바로 보드룸으로 가는 배로 환승을 할 때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버린 나는 억지로? 코스 섬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 억지로 인하여 ‘코스 섬'이라는 매력적인 장소를 알게 되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코스 섬에서 보드룸으로 들어가는 페리 예약 Tip
1. 온라인 예약 시간과 오프라인 운영 시간을 잘 확인하기
2. 현재 검색을 해보니 페리 운영 시간 변동이 심하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운영 중단이 있을 수 있다고!
(따라서 코스 섬에서 보드룸으로 떠나는 페리 예약 시 꼼꼼하게 알아볼 것!!!)
어쨌든 상황은 이러했지만 훗날 되돌아보면 '코스 섬'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이 너무나 감사하다. 보드룸으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코끼리 열차를 타고 코스 섬을 둘러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코스 섬은 '비밀의 섬'이자 '나만 알고 싶은 섬'이자 '신비의 섬'이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조금 더 알려졌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이 섬 안에서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스 현지인들만 찾아오는 아담한 휴양지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보길도 섬'같은.. 그런 곳. 만약 외국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온다면 제주도는 갈지언정 보길도 섬은 가지 않을 확률이 높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지구 상에 존재하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당시에는 이런 코로나 시대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코스 섬'은 코끼리 열차로 둘러볼 수 있을만큼 거대한 섬은 아니다.
특별한 관광명소도 없지만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고향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이 장소가 더욱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코스 섬의 잔잔한 바다 물결이라든지 색감이라든지 나무의 가지, 이파리 같은 것들에도 이상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재미있는 기억이 하나!!!
그리스와 터키 여행을 한 달 여간 하면서 나름 두 나라를 구분 짓는 기준 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고양이'이다. 산토리니만 해도 고양이보다 개가 더 많았는데 코스 섬을 들어서는 순간 겁 없는 길 고양이들이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보드룸에 입성하면 그야말로 고양이 천국이 된다.
식사를 할 때면 고양이들이 발 밑으로 몰려들어 무서울 때도 있었다.
녀석들, 어찌나 겁이 없던지. 나도 너희처럼 겁 없이 살아봤으면 좋겠다. 정말.
그리스와 터키에는 유명하고 넓은 섬들이 워낙 많지만 사실 이 나라들의 찐 휴양지는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현지인들의 템포와 쉼을 느낄 수 있는 곳.
익숙한 감각들을 벗어던지고 잠시나마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공간,
그 미묘하고 소중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준 '코스 섬' 같은 장소들이 나에게는 참 소중하다.
* 컴맹인 나는 이제야 글자 컬러 변화와 형광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놀라운 도약이 있기를!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