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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없다는 두려움

인간에게 만족스러운 삶이란 있을까.

by 루 살로메
남원.jpg 남편과 다녀온 남원


남편과 잠시 남원에 다녀왔다. 멋진 한옥 스테이 광고를 보고 다녀왔는데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해서 마음껏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한옥 냄새를 맡으며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요즘은 '결핍'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결핍'이 없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그런 삶은 존재하는지. '결핍'은 인생의 어떤 원동력과 이유가 되는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이상하게도 큰 '결핍' 없는 나날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쓰고 싶은 마음마저도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핍을 갈망하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었다. 이런 마음의 상태를 비추어볼 때 '결핍 없는 삶' 또한 '결핍'을 낳는 것은 아닌지. 인간에게 모든 것이 다 채워진. 만족의 삶이란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명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결핍'이 예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평온 속에서는 무언가를 간절히 찾으려는 마음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적용을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으나 적어도 내게는 그러한듯하다. 지금의 이 평온의 상태와 결핍 없는 삶이 지속될리야 없지만. 이런 나날들 속에서 자꾸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핍'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쓸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결핍 속에서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평온한 것이 나은 것인지. 그런 복잡한 마음들이 생겨난다. 인간만이 '결핍'과 '소멸'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꼭 그것들을 인식해야지만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일까. 生이 끝날 때쯤에는 그 해답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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