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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Mar 07. 2023

애프터썬

우리는 모두 그때를 살아간다. 

아버지와 손을 꼭 잡은 소피, 어쩌면 지금의 바람이었을까.


오랜만에 아트나인 GV에 다녀왔다. 이동진 평론가가 평점 별 5개를 준 화제작 영화 '애프터썬'을 보기 위해서였다. 마침 좋아하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예매를 해둔 것이다. 


어떤 정보도 없이 찾게 된 극장에서 만난 영화 '애프터썬'은 내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남았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관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재관람은 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여러 생각들이 들었고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었던 아빠 '캘럼'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슬픔'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나는 자주 인간의 슬픔은 '시차'로 인하여 생겨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소피' 또한 그러한 듯 보였다. 어른이 된 소피는 과거 아버지와의 튀르키예 여행을 회상하면서 그 시절 어린 '소피'이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과 모습들을 기억하게 된다. 지금의 '소피'라면 아버지의 감정과 상황에 관심을 갖고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 테지만 과거 튀르키예 여행지에서의 '소피'는 그저 외국에서의 바캉스가 신나고 호기심으로 가득할 뿐이다.  


그때 소피는 아빠를 정말 이렇게 꼬옥 껴안았을까. 아니면 지금의 상상일까.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간의 어리석음은 현재의 상황과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나가는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나버린 것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영영 떠나버리는 것들도 있다. 영화의 엔딩에서 아버지는 딸 소피와 헤어진 뒤 소피의 꿈같은 그 장소로 다시 걸어가게 되고 아버지가 사라진 후 조용히 문은 닫힌다. 아버지는 추측컨대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소피는 그 여름 바캉스 이후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영화(감독)의 흔적과 고민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처음부터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재관람했을 때 더 풍부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아빠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던 '소피'


인간은 언젠가 모두 떠나지만 그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으므로 늘 이별에 대한 준비를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한 것은 아닐까. 미래의 슬픔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현재, 소피는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고 설레고 신기하다. 순진무구한 그 나이 그 시절의 소피가 있을 뿐이다.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캉스 이후에 소피는 어떤 여름을 맞이했을까.

그 여름은 또 얼마나 청량하고 황량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물놀이를 하다가 해변에 누워 살갗을 그을리고 애프터썬을 바르며 낮잠이 들었을 그 해 여름, 어쩐지 올여름 바캉스 때는 해변가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보고 싶다. 


여러분은 올여름 바캉스 누구를 떠올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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