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라떼 한잔이 생각나는 오후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하게 될 때에는 어떤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나에겐 '요리'가 그러했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렇다면 왜 음식 만드는 일이 좋아졌을까.. 하고 혼자 생각하다 보면 뭐 그리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근심이 가득할 때 머리가 무거울 때 요리를 하다 보면 '근심'이 잊혔다. 근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므로 잠시나마 잊을 필요라도 있었으므로 나는 음식을 만들었다.
엄마가 아프신 이후로 더욱 그러했다. 무얼 해도 엄마 생각이 났고, 불안함이 가득했으며 마치 사진 속 망고라떼처럼 머리는 무겁고 근심이 한가득 머리 위에 얹어있었다. 불면증의 나날이 지속되었고 이러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럴 때면 먹을 요리를 만들었다. 간단한 주스가 될 수도 있고 라떼가 될 수도 있고 매일 먹는 반찬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하면 식재료가 타버리거나 너무 익어버릴 수 있으므로 온전히 요리하는 순간에 집중해야 했다.
최근에는 알고리즘 때문인지 내가 하는 SNS에 다른 계정의 요리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 미슐랭 셰프 못지않는 플레이팅과 요리 솜씨를 뽐내며 많은 팔로워를 거닐고 있었다. 어떤 이는 레시피 정보를 공개해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떤 이는 값비싼 식기류들을 내세워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 비하면 나의 요리는 소박하기 그지없었으므로 사실 나는 내세울 것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떤 마음들을. 무거운 마음들을.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조려지고 끓고 식다가 결국에는 완성될 순간을 기다리면서. 샛노란 망고라떼를 만들면서 나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으나 이 또한 언젠가 풍요로운 양식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사진 한 장을 찍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