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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손이 많이 가는 한식, 꼬막 비빔밥

by 루 살로메
손이 많이 가는 꼬막비빔밥'

요리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주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나만의 판단 기준이 생겨났다. 서양음식이 보기에는 더욱 근사해 보이지만 막상 요리를 해보면 한식 요리들이 꽤 손이 많이 가고 에너지 소모가 많다. 해산물 중에서도 특히 '꼬막'요리가 그러하다. (물론 남편은 내게 프랑스 정통 요리를 해보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지만.ㅎㅎ)


어쨌든 꼬막은 손질부터 해감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식재료였고 부끄럽게도 꼬막을 처음 다뤄본 나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바로 해감!!! 때문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은 대로 검은 봉지를 씌운 후 소금물에 몇 시간을 담가 뒀지만 꼬막 안에는 여전히 모래 뻘이 가득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보았다.


1. 낮은 염도 (소금을 훨씬 더 많이 넣어야 했다.)

2. 짧은 해감 시간 (블로그마다 소개하고 있는 시간이 달랐는데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까지! 이번 실패를 통해 느낀 점은 깔끔하게 해감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길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

3. 꼬막 자체의 상태 (엄마에게 물어보니 꼬막을 잘못사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꼬막을 샀으니 이 추측은 정확하지 않다.)


꼬막 요리가 어려운 이유는 가까스로 해감에 성공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꼬막은 익히는 시간도 중요한데 너무 익히면 꼬막의 감칠맛이 모두 빠져버리고 식감이 질겨진다. 그렇게 잘 익히기에 성공해도 꼬막껍데기를 까는 건 또 왜 그리 힘든지. '중노동'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리가 바로 '꼬막 요리'가 아닐까 싶다. 꼬막 다듬기를 마무리할 즈음 양념 또한 정성껏 준비해야 하니 손도 빨라야 한다.


앗, 갑자기 손이 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 건데 요리 잘하는 사람을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식재료를 잘 써는 것, 특히 야채를 잘게 잘 써는 것이다. 보통 어떤 사람이 요리를 잘하는지 정말 좋아하는지 판단할때 나는 아래의 사항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1. 한식(반찬 포함) 요리를 자주 하는지

2. 식재료를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하는지

3. 채 썰기를 날렵하고 가지런하게 하는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칼질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야채를 잘게 썰때는 여전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칼질만 봐도 그 사람의 요리 실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종합해 볼 때 꼬막 요리는 까먹기는 쉽지만 그리 만만한 요리는 아니다. 김상욱 물리학자의 말처럼 실패는 중요하다. 요리를 할 때도 그렇다. 처음부터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백번의 칼질과 천 번의 칼질이 내일 더 맛있는 요리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닐는지.


오늘의 꼬막 비빔밥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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