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는 남편과 재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성악가 '박혜상'이 자신의 방에서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할 때'라는 찬양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후에 일이다. 남편에게 나는 그녀처럼 신에게 재능을 선물 받는 건 너무 아름다운 일 같다고. 재능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세상을 위해 사용한다는 건 너무 복 받은 일인 것 같다고 나도 내 재능을 그렇게 값지게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갑자기
'재능이 뭔데?'
라고 되물었고 나는 하나님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심어놓은 그 사람만이 지닌 능력이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남편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재능은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손흥민, 박찬욱 감독, 조성진, 피카소, 셰익스피어 등등은 재능이 있는 사람. 그 아래 서울대생, 교수, 네가 좋아하는 시인들 기타 등등은 그냥 잘하는 사람. 상위 0.01% 안에 드는 그런 사람이 재능 있는 사람이지 개나 소나 다 갖는 게 재능이 아니라고.'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남편 말대로라면 나는 재능은커녕 잘하는 사람에 속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글 좀 쓰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흔히 신춘문예정도는 등단하고 이상문학상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요리도 마찬가지였다. SNS에 요리와 플레이팅을 잘하는 사람은 넘쳐났고 과연 나정도 요리 솜씨가 내 인생에 어떤 유익을 가져오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재능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정도인 나의 요리, 그림, 글쓰기 등등등.
'그렇다면 나는 왜 남들처럼 치열하지 않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갈까?'
그 대답은 아마도
'그냥 재미있으니까. 즐거우니까. 잠시나마 삶의 괴로움을 잊게 해 주니까. 일상에서 숨통이 되어주니까.'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시시한가. 가끔은 그냥 살기 위해 반복하는 일들도 있지 않은가. 꼭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생명이 되어준다면 그 일은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록 미슐랭 3스타를 받진 못하더라도 우리 집이 미슐랭 1004스타 맛집!!이라고 남편에게 큰소리치면서 식지 않은 아스파라거스 그린빈 수프를 건네줄 수 있다면. 그렇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간다면. 비록 앞으로도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거 아닐까. 비록 성악가 박혜상처럼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거나 구원의 손을 내밀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의 생명이라도 구해낼 수 있다면 꼭 재능이 없어도 계속해볼 만한 일일일지도 모른다.
'네. 아직까지 재능을 발견하진 못했습니다만 제 상처에는 위로가 됩니다.'
나 자신을 그렇게 격려하고 토닥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