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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울증일까?

극복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by 루 살로메
다짐육으로 만들었던 함박스테이크


아무래도 우울증이 찾아온 것 같다. 엄마가 아프신 이후로 잦은 응급실과 입원으로 우울증이 생겨났다. 물론 아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나마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잠시 우울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멜랑꼴리 한 기분이 찾아들었다. 요리를 하는 동안은 잠시나마 우울함을 잊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면서 '성공' 하였지만 나는 무얼 해도 인기가 없었다. 브런치 글도 열심히 쓰고 있지만 구독자는 1도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영원히 구독자 14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은 아닐까 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성과가 없으니 의욕도 생기지 않고. 모두 어떻게 그리 잘 극복하고 살아가는지 알 수 없지만. 다들 참 씩씩하고 평온해 보인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인데 그렇다 보니 하고 싶은 게 0이 된다. 어린 시절에는 쇼핑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특별히 비싼 물건을 사는 건 아니었지만 월급을 받으면 혼자 이런저런 옷을 입어보고 매치해 보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외출할 일이 줄어들자 그렇게 좋아하던 쇼핑도 잘하지 않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니 화장도 하지 않게 되었고.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면 '책'을 읽고 '클래식’을 들으러 가는 것이지만 이런 행위는 종종 차분한 기분을 더욱 다운시켜놓기도 한다.


정말 모르겠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린 시절에 자주 생각했던 의문들을 생각해 본다. 그냥 無였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들. 그때는 죽은 후 신을 만나면 꼭 묻고 싶었다. 왜 인간을 창조했냐고. 이 세상을 왜 창조해야 했냐고.


여전히 나는 그 해답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예쁜 그릇도, 맛있는 음식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

언젠가 다시 웃을 날이 올까?


오늘은 우울 한 접시가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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