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락

기다려서 마시는 커피

by 한여름

청구역 1번 출구 552미터.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에도 줄이 길었다. 투명 유리문으로 안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손님들이 불편할까 봐) 전화번호를 남기면 자리가 났을 때 전화를 주겠다고.


골목 맞은편 가죽 공방을 구경하고 애락 옆 문에 붙은 거울에서 사진을 찍으니 금세 연락이 왔다. 천천히 마실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한 잔은 늘 아쉬운 나에게 작은 유리병에 같은 커피를 채워 옆에 놓아주는 ‘애락’은 배려가 서비스인 곳이다. 식으면 산미가 더해진다는 주인장의 설명에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신다.


알바를 마치고 온 후배는 차가운 드립 커피에서 위스키 맛이 난다고 한다. 낮술 같은 느슨한 즐거움을 주는 애락. 인생의 희로애락에서 ‘애락’을 담당하는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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