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우리 열심히 쉬어도 괜찮아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 에세이 코너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내용은 최근 발간된 에세이 책들의 표지 사진과 함께 "다들 잠만 자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자칭 교보문고 서당개로 힘들 때, 때때로 약속 사이 시간이 남을 때 서점으로 향하는 취미가 있다. 몇해 전부터 서점에 가면 "~해도 괜찮아", "~면 어때", "~니까 쉬자" 느낌의 힐링,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러더니 지난해부터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선 에세이들까지 등장했다.
분명 몇해 전에는 "도전해!", "열정!!!!" 이런 메시지의 에세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좀 쉬어가라고 말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위로 에세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유행에 편승한다는 '물타기'라는 지적도 있고, 억지 위로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지금, 뷔페처럼 골라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위로들이 등장한 것에 대해 오히려 환영한다.
나만 소심한 줄 알았는데... 마치 내 고민을 누가 듣기라도 한 듯 써놓은 책을 보며 묘한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오 나도 이렇게 하면 되겠는데?' 하는 나름의 솔루션을 얻기도 한다. 세상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같은 지점에서 분노를 느끼고, 나처럼 답답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분명히 나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이런 위로 에세이를 보고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후련해질 때도 있다. 신기한 마법이었다.
멋드러진 수식어와 유려한 문장이 가득한 책은 물론 좋다. 하지만 때때로 서툴게 느껴질 수 있더라도 친근한 문장이 주는 공감과 위로 역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위로 에세이가 한국 서점가를 삼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일'이 '말도 안되게'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며 지친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역시 하나의 씁쓸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유튜브를 비롯해 영상 콘텐츠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동시에 글로 이뤄진 콘텐츠, 길이가 긴 콘텐츠는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위로 에세이를 찾고 있는 것처럼, 글만이 줄 수 있는 따스한 위로와 그 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이책의 시대는 갔다지만, 여전히 그 종이를 넘기는 느낌과 교보문고 냄새를 디퓨저로 제작할 정도로 간직하고 싶은 감성이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