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모든 감정은 해석에 따라 의미의 경중이 나뉠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대략 3주 정도 전에, 필자의 주 거래처가 법적 공방에 휘말리는 일이 생겼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거래처 대표님께서는 상당히 운이 좋지 않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나의 사업체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쳤다는 사실이다.
폭풍전야는 원래 잔잔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 일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필자는 역대 최대 수익을 거두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6월에 비로소 월 순수익이 2000만원을 넘어섰고, 올해 목표로 하던 것들을 쉽사리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26의 나이에 모든걸 이룬 듯한 유치한 전능감까지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 거래처의 곤란한 사정으로 인해, 요구하는 품질 및 수량의 변화가 심해졌고 설상가상으로 매입가의 크나큰 변동이 이어지며 7월의 첫 날부터 적은 금액이지만 적자로 시작하는 불운을 겪었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 했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분명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작년까지만 해도 월에 순수익 500만 가져가더라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보다 더 높은 경지를 경험한 나로서는 '0' 하나가 비는게 너무나도 커다란 고통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될 것이란 보장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불안감에서 일종의 희열을 느꼈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고작 20년 남짓이지만, 내 경험을 통틀어 봤을 때 나는 불안과 강박 속에서 성장했다. 상황이 잘 풀리고, 걱정거리가 없을 때에는 내 이성과는 상관 없이 현 상황에 안주하게 되었고, 성장의 정체를 평안과 안전이라고 믿은 어리석은 짓을 반복했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쪽으로 전개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내 집중력과 창의력이 불안이라는 열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 고비 또한 나의 성장을 촉진시킬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건 발생 전까지 대략 반 년 정도 안정된 상황 속에서 점진적으로 늘어가는 수익을 바라보며 여태의 성장세가 당연히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흘려 보냈다. 그러나 거래처에서 발생한 사건 하나의 파동이 나에게까지 미치자 그제서야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미비했으나, 어중간한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온 몸의 촉각이 곤두서며 일종의 생존본능이 발동했다.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를 만끽한 상태인데, 다시 어중간한 대학교 졸업장을 위해 한 학기에 4백만원씩 꼬라박으며 월 300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직장인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삶을 살기란 죽기보다 싫었다.
거래처는 후계자(?)에게 사업권을 넘겼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규칙과 규제가 새로 생겼지만 나는 불안을 위시로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생각하고 창작했다. 그로 인한 결과인지 혹은 새 거래처 대표님의 노력인지 거래는 점차 안정적으로 제 단가를 찾아갔고, 나는 일주일 전부터 다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중이다.
늘 폭풍이 지나간 뒤에 생각한다. 이 불안이 나를 더 성장시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