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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체 Oct 10. 2021

욕망 충전

열정이 식었다? 아니, 욕망이 고갈되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2010년대 초중반 시크릿을 위시로 쏟아져 나왔던 자기 계발서들이 외치던 문장이다.

대체로 그 근거가 유사과학, 혹은 실재하는 과학이론을 괴기하게 비튼 것에 있었지만, 나는 저 문장 자체는 참이라고 믿는다. 실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저 문장 한 번 읊지 않은 이가 없기 때문이고, 나 또한 위 법칙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지라  진위를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기에 오늘 다룰 문제는 이것이 참이냐 거짓이냐가 아니다. 나는 욕망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다루겠다.



사람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되면 그 목적 자체와 더불어 목적의 성취와 관련된 기회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그냥 흘려버릴 제안이나 뉴스들이 특정 욕망을 가진 이후에는 또렷하게 들리고 보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행동, 도전도 거리낌 없이 하게 되는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길치라도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더듬어 가다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욕망의 지속이다. 간절히 원하며 실제 행동까지 해본 사람들은 안다. 계속하기만 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겠다는 확신은 들지만, 중간 정도에만 도달해도 이미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된다는 사실을. 멋진 몸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너 몸 좋다'라는 소리 몇 번 들어보면 목표 삼은 몸이 한참 멀었어도 꽤나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월 1억의 순수익이 목표인 사람들은 월 3천 정도 벌게 되었을 때 '이 정도도 꽤나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중간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은 여태 해왔던 노력과 시간을 계속 기울이면 목적 성취가 당연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만족하고 익숙해지며 게을러진다. 두렵고 힘든 발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태가 된다. 혹자는 권태, 교만, 익숙함 등으로 이때의 감정상태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상태에 꽤나 오랜 시간 허우적 대고 있는 나는 욕망의 고갈이 더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목표를 설정하는 당시에는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목표의 난이도와 성취 시 만족감의 정도를 체감하기 힘들다. 때문에 당시 갖고 있던  욕망 총량과 목표 간의 괴리를 생각지 못하고 발부터 내딛게 된다. 이후 목표와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각 단계에서 느껴지는 충분한 만족감 때문에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기는 점점 옅어지게 된다. 욕망의 원천이었던 결핍(재산, 사회적 인정 및 지위 등)이 상당 부분 채워지고, 대부분의 경우 중간 단계에만 도달하더라도 꽤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자신이 위치한 단계에 만족하고, 충분히 행복하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이 복잡해진다. 머리로는 더 나아가서 목표를 이루고 싶지만 감정적으로는 아무런 욕구와 동기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몸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해야 한다. 목표를 깔끔히 잊고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거나, 혹은 인위적으로 욕망을 '충전' 하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욕망 충전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터득했다. 인위적인 결핍 상태 만들기, 동기부여 책과 영상 보기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욕망 충전을 위해서는 인간의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고, 동시에 인간이 이룬 모든 사회는 계층 사회이다. 계층 사회에서는 높은 계층에 위치한 개체들이 더 많은 수혜를 누린다. 재화, 번식 기회, 안전한 보금자리는 계층이 높아질수록 그 양도 비례하여 늘어난다. 때문에 집단에 속한 개체들은 자신이 속한 계층에서 더 높은 계층으로 상승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 힘을 키우든, 타 개체와 동맹을 맺든, 상위 계층과 계약을 맺든 그 방법은 다양하지만 행위의 동기는 언제나 계급 상승에 있다. 



그러나 계급 상승을 위한 노력 이전에, 자신의 계층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 번에 너무 높은 계층에 도전하거나, 스스로를 현실보다 더 낮은 지위로 판단하게 되면 그에 따른 위험과 에너지의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주변 타인과의 비교다. 만약 어떤 개체의 주변 대부분이 자신보다 (물리적, 사회적) 힘이 약하다면 스스로 높은 계층에 위치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동일 개체를 힘의 평균치가 훨씬 높은 집단으로 이적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내가 스스로 '이쯤이면 괜찮다.'라고 느끼는 이유는 내 주변에 나보다 특별히 강한 개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한 '강함'은 물론 내가 목표로 하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현상을 유지하기만 해도 대다수의 개체를 아우르는 힘을 가졌으니, 집단 내에서는 비교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더 높은 계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때문에 계층 상승을 위한 욕구는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



사고의 흐름이 이쯤 도달하면 상태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명료해진다. 내가 목표로 하는 분야를 나보다 더 잘하는 개체들과 어울리면 된다. 몸을 더 키우고 싶다면 나보다 훨씬 근육질인 사람들과 교류하며 스스로의 빈약한 몸에 열등감 비슷한 감정이 생기게 만들어야 한다.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나보다 훨씬 큰 사업을 굴리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들과 자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전재산이 그들에겐 푼돈 취급을 받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면 잔 뼈 굵은 칼럼니스트와 차 한 잔을 해보라. 금방 자신의 글이 초등학생 그림일기 수준으로 보일 게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저런 사람들을 대체 어디서 만나나?" 몇 년 전이었으면 핑계 대지 말고 발로 뛰어다니라고 했겠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대안이 필요하긴 하다. 나는 그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과 유튜브를 팔로우하기를 추천한다. 댓글 및 DM으로 짧은 소통도 가능하고 그들이 받는 선망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갈 길이 멀었는지 체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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