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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체 Feb 15. 2021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요 근래 2년 동안 주식투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대학생들은 물론 전업 주부들까지 팔 걷고 투자에 뛰어들어 개미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유행처럼 불어닥친 주식 열풍에 직장인들은 본업까지 뒤로하고 회사 화장실에 틀어박혀 매도 타이밍을 손꼽아 기다리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공매도, 조정, 액면분할 등등 원래 경제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은 난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주식 용어들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오르는 일도 다반사이다. 아, 겨기가 정녕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무슨 속담처럼 전해져 내려오던 대한민국이 맞던가??

한국인들의 경제관념이 나라의 경제 수준과 발걸음이 맞지 않았던 것은 팩트이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웃하는데도 주식시장은 자국민들의 무시 또는 무지를 바탕으로 저평가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코스피 3000을 넘지 못했던 과거가 이를 대변한다. 때문에 혹자는 작금의 주식열풍을 그동안 저평가되어 있던 한국 우량주들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그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여기에는 조금의 단어 수정이 필요한데, '단기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로 수정하면 첨언이 필요 없는 격언이 된다. 이건 속담집에 올라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투자 정신의 정수이다. 단기투자는 정확히는 투자라고 부르기도 뭐하다.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행위이니까 말이다. 어떤 주식이 단기간 내에 오르고, 떨어질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유튜브에 정장 쫙 빼입고 리딩이랍시고 하는 야매꾼들부터,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달에 수백만 원씩 받으며 '투자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그들보다 투자 경력과 실력이 한참 위에 있는 증권회사 대표들도 10개를 투자하면 2~3개를 성공시키는데 말해 무엇하랴.


주식투자는 다시 말해 일종의 동업이다. 그냥 오를 것 같은 주식을 일말의 조사도 없이 남들 다 한다고 시류에 탑승해서 떡고물 먹으려고 뛰어드는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회사의 역량과 재무상 태이다.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의 변화는 어떠한지, 기술적 호재가 있는지, 현금 보유량은 어떠한지, 채무관계는 깨끗한지를 뉴스를 찾아보고 재무제표를 확인하며 꼼꼼히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하다 못해 옷을 살 때도 브랜드, 재질, 유행, 기능성 다 따지고 사야 하는데 동업할 회사의 정보는 알아보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신기하다.

우리나라가 어떤 민족입니까?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배팅의 민족인듯하다. 자기가 수십 년 동안 모아놓은 돈에 대출까지 껴서 요즘 핫하다는 주식에 올인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수익을 내면 '주식 투자는 말이야', '불로소득이 말이지' 하며 으스대기 바쁘다. 정확히 세 달 정도가 흐르면 돈 빌려달라는 전화가 오기 마련이다.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는 부자들의 격언을 무시하고, 일확천금의 욕심으로 무리해서 투자를 하니 당연한 수순이다. 자산의 창구는 사업, 부동산, 투자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소득이다(직장인들의 경우 월급). 다른 두 가지는 자산 가격의 등락에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사업소득은 나의 노력과 역량으로 충분이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익 창구이다. 사업 소득으로 월 1,000만 원을 낸다는 것은 배당률 5%의 주식을 8억 원어치 갖고 분기별로 4,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장실에 틀어박혀 차트를 보고 있을 시간에 어떻게 하면 월급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차트만을 들여보는데 아니, 차트를 분석하면 무엇이 나오냐는 말이다. 차트는 그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주가가 어땠는지를 결과론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적 지표일 뿐이다. 특히 조회기간이 짧을수록 차트의 양상으로 미래의 주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트의 모양을 보고 무슨 관상가들 마냥 이런 차트가 좋다, 이런 차트가 나쁘다 하는 사람들은 점쟁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막말로 메시가 두 세 경기 경기 못 뛸 수도 있고, 동네 조기축구 회원이 두 세 경기 날아다닐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의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보면 비교하기도 민망한 격차가 보인다. 축구선수의 자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수가 최근 몇 경기에서 보여준 스탯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역량과 신체조건, 팀에서의 적응, 나이와 발전 가능성 등이다. 메시가 두 세 경기 골 못 넣는다고 해서 최근에 골 좀 넣은 우리 동네 조기축구 아저씨랑 몸값이 같아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버크셔의 창립자 워런 버핏은 주식을 살 때 10년은 보유할 생각으로 사라고 했다. 현금의 가치 하락과 주가 상승의 반비례적 관계로 인한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물론 차트만 보고 양봉이니 음봉이니 하며 아무 주식이나 쓸어 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를 꼼꼼하게 분석한 이후의 얘기이다. 부동산에만 비상식적으로 쏠려 있던 자산이 투자시장으로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개인의 소중한 자산으로 도박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개개인의 건강한 투자가 모두 모여, 우리나라가 진정한 금융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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