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퍼센트 수작업으로 책을 만드는 김종완의 책.
좀 걸으면서 오늘처럼 햇볕이 따갑고 뜨거운 날엔 도무지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카페에 가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더운 날 습관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을 뿐 사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어째서 나는 카페에 가 커피를 마시는 일에 대해서까지 내가 진짜로 그걸 원하는지 확인하려는 걸까? 나는 쓸데없이 피곤하게 산다. 나는 카페로 갔다.
#커피를 맛있게 마셔 잠이 오지 않으면
10월 3일 개천절, 원래는 광화문에서 알바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집회로 인해 광화문은 붐비었고 취소된 알바에 아쉬움만 남긴 채 재빠르게 광화문 광장을 벗어났다.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날씨 좋은 휴일을 그냥 침대에 누워 보내고 싶진 않았다. 모처럼 서울대입구 아무 카페나 들려서 혼자 책을 읽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서 적절한 카페를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 작은 동네 책방에서 구입한 독립출판물을 읽고 싶은 마음에 짜증스러움은 평소보다 적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실질적 문맹률이 높은 국가라고 한다. 나조차도 요즘엔 짧은 산문 글을 많이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에세이나 짧은 글을 멀리하고 다시 문학 소설을 읽으려고 하지만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그냥 지나치고 싶진 않았다.
이 책은 작가 김종완이 하나씩 손수 제작하여 동네 책방이나 독립 서점에만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올라온 사진을 보고 그대로 마음이 꽂혀버린 나는, 친구가 알려준 동네 책방을 들러 바로 구매했다. 무엇보다도 내 친구 중 한 명이 유독 이 책을 좋아했는데, 누구든 독립출판에 관심 있거나, 짧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추천하고 싶다.
'ㅈ'은 위험한 자음이다. 집착과 질투. 미국에서는 못난 감정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사람에게만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취준생인 나는 늘 불안한 공기 속에 놓여 있다. 내가 생각한 '불안'이라기보다도 타인이 명명해놓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불안에서 천리 밖으로 벗어난 것 같다. 나는 안정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일'을 할 것. 매일매일 다이어리에 오늘 할 일을 적어 놓을 것. _나의 오늘 할 일은 구직 사이트 보기, 독후감 쓰기, 끝._ 불안한 마음에 진짜로 원하는 것을 놓치지 말 것.
나는 이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항상 이해하고자하는 욕구에 휩싸인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인간에게 가장 미숙한 점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 근원에는 상대를 내 기준으로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처의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는 이를 알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첫 독립 출판물.
한 장 한 장 담긴 글들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커피를 마시면서 읽기 좋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