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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루의 클래식 Jun 08. 2017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님로드'

추모곡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음악

안녕하세요. 

지난 6월 6일이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인 현충일이었죠.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배우 이보영이 낭송한 '넋은 별이 되고'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어요.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영상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oCM-tCxozV0


오늘은 추모에 널리 사용되는 음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곡은 영국 장례식에 추모곡으로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인데, 얼마 전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추모 연주에도 연주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님로드(Nimrod)입니다.


지혜로운 아내 덕분에 탄생한 명작, 아내 덕좀 본 작곡가

Edward Elgar(1857~1934)

영국 작곡가인 에드워드 엘가는 지난번 '위풍당당 행진곡'을 소개하면서 같이 설명했었는데요.

기억이 희미하시거나 처음 보시는 분들은 역주행 포유★


https://brunch.co.kr/@truth-art/11


지난번 포스팅에서 9살 연상의 엘가의 아내를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오늘은 오늘 소개할 곡에 관련된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할게요.

영국의 작곡가 엘가에게 아내는 음악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비평가인 동시에 훌륭한 조언자였다고 한다. 정식 작곡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엘가에게 있어 아내의 충고는 늘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악상이 떠오를 때 면 제일 먼저 아내에게 피아노로 들려주면서 의견을 묻곤 했다. 
엘가가 합창곡을 작곡할 때의 일이다. 그는 거의 몇 달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채 방 안에 틀어박혀 작곡에만 전념하느라 몹시 지쳐 있었다. 마침내 곡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을 무렵 그는 제일 먼저 아내에게 뛰어갔다. 

"당신이 듣기에 만족스러운 것 같소?" 
연주를 마친 엘가가 지친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창백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왠지 곡의 짜임새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말을 믿고 푹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한결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일어난 그는 아래층의 서재로 내려갔다가 악보 위에 놓인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아내의 다정한 위로의 말과 함께 애교스러운 조언이 들어 있었다. 
"여보, 어제는 당신에게 충고보다는 휴식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아무 말하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다 잘 되었고 그대로 해도 좋겠지만 마지막 부분을 한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사랑하는 여보, 마지막 부분만 약간..."

아내의 쪽지를 읽고 난 엘가는 빙그레 웃은 뒤 마지막 부분을 고쳤다. 이 곡이 바로 유명한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엘가는 이 곡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명성을 쌓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1998년 좋은 생각 9월호에서 발췌-

서로를 향한 깊은 우정을 바탕으로 작곡된 이곡
 
니므롯 


엘가는 ‘위풍당당 행진곡’을 비롯하여 ‘사랑의 인사’, ‘첼로 협주곡’ 등 명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중 ‘수수께끼 변주곡’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이곡은 9번 곡인 ‘님로드’를 제외하고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입니다. 

하지만 풍성한 관현악적 특징을 잘 살린 곡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번 엘가 포스팅에서 제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시나요?^^


이곡에 얽힌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고자 해요.

1899년 초, 영국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한 휴버트 패리의 집에 노벨로 출판사 음악담당 편집자인 오거스터스 제거가 찾아와서 악보 뭉치를 내밀었습니다.

패리는 묵묵히 악보를 훑어보았고 그 길로 지휘자 한스 리히터를 찾아갔죠.

이것은 영국 음악계의 새로운 걸작이 등장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899년 6월 19일, [수수께끼 변주곡]은 리히터의 지휘로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9번 '님로드'는 엘가가 자신의 친구인 오거스터스 제거(악보를 가지고 휴버트 패리에게 찾아간 사람이죠)를 표현한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거(Jeager)라는 그의 성이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여 ‘님로드’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님로드’는 사냥꾼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요?

님로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니므롯을 뜻합니다.

니므롯은 함의 장남인 구스의 아들로, 지상 최초의 권력자, 최초의 영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날 땅부터 아시리아까지 영토로 삼은 자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유일한 왕입니다. 


제거는 그에게 평소에 강한 충고도 아끼지 않을 만큼 엘가와 가까이 지냈다고 합니다.

엘가 또한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이고 제거를 존중하였고요. 

이곡의 따뜻한 선율을 들어보면 엘가가 자신의 친구인 오거스터스 제거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님로드'의 연주 영상으로 가장 유명한 영상인 바렌보임 지휘의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goBb8m1eE


앞부분이 커트된 영상이지만, 음질과 화질이 훌륭해서 같이 올립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로 감상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aQWAO9d43LY



뜨루의 클래식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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