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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루의 클래식 Feb 09. 2017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탱고,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며칠 전, 친구가 연주가 너무 좋다며 영상을 하나 보내주었어요.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부쩍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연주 영상을 찾아서 보고 있다고 하던데...

 익숙한 멜로디를 색다른 악기들이 연주하니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나 봐요.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Ub0E621kNHk


우리나라 뮤지션들에 의해 알려진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편곡한 리베르탱고입니다.

함께 연주된 악기들은 비브라폰, 더블베이스와 바이올린입니다.


여러분도 들어보면서 "아! 어디서 들어본 음악인데..."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혹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평소에 드라마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내용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똥. 덩. 어. 리'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어요. ㅎㅎ


"나 정희은이야! 내가 왜 똥덩어리인데!"

극 중, 첼로를 연주하는 중년 연주자에게 지휘자(김명민)가 내뱉은 대사에 나온 이 단어는

한동안 많은 유행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 말을 들은 연주자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대에 올라서 멋지게 연주하는 장면에서 나온 곡이 '리베르탱고'입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입니다.


 Astor Piazzolla(1912-1992)


아르헨티나 작곡가인 피아졸라는 195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면서 탱고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음악가입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양다리의 길이가 다른 장애를 지니고 있었으며, 갱단에서 활동할 정도로 거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런 그를 걱정한 아버지가 피아졸라에게 반도네온을 가르친 것이 음악의 시작이었죠.


13세의 어린 나이에 아르헨티나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의 반주자가 되었고, 카바레에서 연주를 하며 반도네오니스트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탱고보다는 재즈와 클래식을 더 열망했고, 이 갈증은 작곡가 히나스테라를 통해서 해결하게 됩니다.

히나스테라는 피아졸라에게 스트라빈스키, 바르톡, 라벨 등의 음악을 가르쳐주었고 피아졸라는 관현악곡과 실내악곡을 작곡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좋은 평을 받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해서 낮에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참관하고 밤에는 클럽에 탱고를 연주하는 생활을 지속했습니다.  


히나스테라에게 받은 음악적 영향을 기반으로  클래식 작곡에 몰두한 그는

교향곡 '부에노스아이레스'로 1953년 파바엔 세비츠키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상으로 나디아 불랑제에게 레슨을 받을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불랑제와의 만남은 피아졸라에게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줍니다.

불랑제는 피아졸라의 탱고를 지지했고, 이로 인해 피아졸라는 프랑스에서 탱고 음악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히나스테라와 불랑제, 이 두 작곡가와의 만남을 통해

피아졸라는 탱고와 클래식, 재즈를 결합시키는,

자신만의 탱고 스타일인 <누에보 탱고(Nuevo Tango)>를 구축하게 됩니다.

*누에보 탱고: 새로운 탱고

피아졸라 이전까지의 탱고는 춤이 우선시되었다면, 그로 인해 음악으로 '듣는'탱고가 생기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그의 음악이 모두에게 사랑받은 것은 아닙니다.

고향인 아르헨티나에서 그의 음악을 지지하는 지지파와 반대파가 생기게 되었고,

그가 탱고의 전통을 무너트린다고 비난하는 반대파들에게 목숨까지도 위협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게 되고, 이것이 탱고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죠.




리베르탱고는  Libertad(자유)와 Tango(탱고)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전통 탱고에서 누에보 탱고로 가는 피아졸라의 음악적 변화를 상징하는 곡입니다.

이곡은 1974년에 발표되었는데, 사실 피아졸라는 일 년 전인 1973년에 심장마비로 쓰러져 한 차례 고비를 넘깁니다.

리베르 탱고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주춤하였던 그의 음악생활에 다시금 재시동을 걸어준 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리베르탱고를 발표한 이후부터 그는 더욱더 대범하고 실험적인 곡들을 작곡하게 됩니다.

아마 피아졸라에게도 리베르탱고는 꽤 의미 있는 곡이 아닐까 싶네요.ㅎㅎ

지루하게 반복되는 선율이지만 듣다 보면 점점 더 깊이 이 음악에 빠져들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 월요일에 소개했던 볼레로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https://brunch.co.kr/@truth-art/8




피아졸라를 소개하는데, 반도네온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지요.

간단하게 소개해볼까 해요.

반도네온은 19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올린, 피아노와 함께 탱고 악기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아코디언보다 우울하고 깊은 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아코디언이 낼 수 없는 스타카토(음을 끊어서 표현하는 것)도 낼 수 있고 볼륨 조절도 가능하죠.

또한,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도 상당히 고가의 악기라고 하네요.ㅎㅎ


피아졸라조차도 반도네온을 악마의 악기라고 지칭할 정도로 연주법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반도네오니스트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정열적인 탱고를 더 많이 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만큼 다양하게 편곡되어 연주되는 곡이 또 있을까요?^^

여러 가지 버전 중에 고민하다가 두 개의 연주를 추천합니다.

첫 번째는 베를린필하모닉의 연주입니다. 아코디언과 기타, 카혼,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버전이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GnyAgOWhMnk



두 번째는 Tine Thing Helseth이 연주하는 트럼펫 버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8cNnxLsvdk






뜨루의 클래식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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