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s

최악의 하루

걷고 마시고 생각하고

by 김잡가

걷고 마시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마시고.


.커피만능.


삶이 비참하고 볼품없게 느껴지고, 무섭고 무거운 현실에 무참히 밟혀 좀처럼 가슴이 펴지지 않을 때,

먹고사는 관성에 치여 뭣이 중헌지, 각성하지 않고 흘려보낸 순간들의 발목을 잠시나마 잡아 머무는

커피 한 잔,

피도 살도 되지 않지만,

비루한 공기를 잠시나마 환기시키는 위안이거나 휴식을 주거나

찬라의 사치 혹은 허세 부림 이거나

시한부 피난처라도 돼 주곤 한다.


호감 가는 오늘 처음 만난 누군가와,

처절한 생을 공유한 애증 어린 이와의 치졸한 투닥거림 중에,

품지도 내치지도 못하는 어영부영한 사이에도

뭔가 적나라해지고 흐트러져버리는 밥과 국보다는

단정한 테이블을 사이에 둔 커피 라면 그럭저럭, 아니 꽤나 그럴싸하게 버틸 수 있다.


최악의 하루는

걷다가 생각하고 마시는, 맛있는 영화다.

묵직하고 거하게 차린 밥상보다는

깊고 진한 맛과 기품 있는 향이 은은히 배어 나오는 커피,같은 이야기다.


p.s

나는 요즘,

걷고 마시고 나서 생각하기 를 점점 건너뛰는 것 같다는 반성도 해본다.



_어느 커피 성애자의 감상 후, 끄적.

++2016.08.26

브런치 덕분에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글과 말들이 좀 더 가까이 읽히고 들리는 듯 했다.
서촌 어느 골목 어느 깨진 담벼락의 구멍 너머 풍경,도 산뜻하고 깊이 각인됐다.


"정말 그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의 의문적 대사.
오늘 특히 더 가슴에 콕 박혔다.


영화를 보고 나와 오랜만에 걷는 종로,

신기하다. 하루만에 '바람이 분다'.

폭염 안녕.


#김종관 감독

#한예리 #이와세료 #권율 #이희준

그리고

#커피 #서촌 과 #남산 은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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