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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선 Sep 15. 2019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유

적당한 시점에서 생각을 멈추는 사람들



"저는 글로 쓸 수 있는 테마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워요."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렇다. 테마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을 공부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질문이다. 테마 찾기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쓰는 이 글이 어쩌면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테마는 정체성과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포지셔닝이라는 말과  가깝다고   있다. 테마를 만든다는 것은 다면적인 내 정체성 중에 어떤 것에 집중해 사람들에게 드러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적 인식을 시도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내적 인식에만 머물러 있으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기 인식은 밖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아는 것을 포함한다. 내적 인식과 외적 인식은 그 중요도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 자기인식은 당신 자신과 타인에게 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기술이다.

- 자기통찰의 일곱 축 모두 내부 및 외부의 양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오직 그럴 때만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타샤 유리크 <자기 통찰> p.43, p.72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테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더해야 한다.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한 테마는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인식이란 내면을 바라보고 질문하며 나의 특성을 발견하는 지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테마는 유동적이며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막연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유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관찰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적당한 시점에서 멈춘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히 생각의 양이 적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마 방법을 몰라서 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귀찮아서 일 수도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생각에도 퀄리티가 있다.


생각을 한다는 건 훈련이 필요한 일이며 흔히 막연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음

2. 생각할 거리(재료)  안에 없음


1번은 짧은 글로 풀기엔 너무 길어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여기서는 2번에 대해서만 짧게 말하려 한다. 테마를 정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재료에는 대표적으로 '나의 고유한 성향, 경험, 지식, 사유' 이렇게 네 가지가 있다.


나의 고유한 성향 : 타고난 것,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하고 있는 것

경험 : 해본 것

지식 : 공부한 것

사유 : 깨달은 것, 체화한 것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혹시 이미 가진 재료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아 테마를 못 정하고 있다면 이는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본질주의자


테마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본질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일을 선별해 집중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자기다움을 갖추게 된다. 바로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테마가 없는 비본질주의자는 한정된 에너지를 중요하지 않은 일에 분산시켜 힘들게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테마 안에서 쓰는 글은 하나하나가 나를 더 나답게 만든다. 내가 보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준다. 글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먼저 자기 자신이 가진 재료를 살핀 다음 부족하다면 채우고, 넘친다면 정리하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본질적인 목표'는 구체적이면서도 영감을 준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함과 동시에, 추구해야 할 의미까지 부여하는 것이다.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본질적인 목표는 1,000가지의 것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 하나의 결정이 될 수도 있다.

그렉 맥커운 <에센셜리즘> p.161


이 글에서 말하는 테마라는 단어의 정의는 나 자신을 본질주의자로 만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만든 말이다. 자기다움이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정의한 나만의 용어 사전을 가진다'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진선 사전을 풀어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참고 도서

타샤 유리크 <자기 통찰>

그렉 맥커운 <에센셜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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