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할 때 흔히 겪는 문제와 해결책

너도 나도 하는 애자일 도입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

by Dean

대부분의 회사에서 한동안 유행처럼 퍼졌다가 잠잠해진(?) 아니면 이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당연하게 하고 있는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1)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2) 고객 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3) 기능 단위가 아닌 목적 조직 팀 간 원활한 협업을 위해


많은 조직이 애자일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정착한 곳은 많지 않고 오히려 애자일을 적용한 뒤 팀이 더 혼란스러워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다시 워터폴로 회귀하는곳도 많이 봤다.


나 역시 애자일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이번 글에서는 애자일을 도입할 때 흔히 겪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애자일 원칙 vs 현실: 가장 흔한 괴리



애자일의 핵심 원칙은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대응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애자일이 오히려 "회의만 많아지는 방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주로 내가 겪었던 문제들이다.


1)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매일 아침 데일리 스탠드업을 하지만 형식적인 공유로만 끝난다.

실제로 애자일을 도입한 후 매일 10분 동안 스탠드업 미팅을 진행했지만 결국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문제점 공유'라는 형식적 대화만 반복되었고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극단적으로 간다. 점점 데일리 시간이 짧아지거나 공유 내용이 점점 많아져 길어지거나


2) 스프린트 회고를 하지만 다음 스프린트에도 바뀌는게 없어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회고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지만 형식적으로만 얘기하거나 솔직하게 이슈를 공유하지 않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나중에는 불만을 넘어서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3)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했지만 실제 개발 방식은 애자일처럼 보이는 짧은 워터폴처럼 진행된다.

빠른 대응을 위해서 애자일을 도입했는데 실제로는 워터폴을 쪼개놓은것처럼 모든 상황에 의사결정을 거치고 확정된 결과를 바꿀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는 기존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안전지향주의'가 크기 때문에 주로 생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애자일을 '방법론'으로만 받아들이고 '문화'로 정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할때는 '방법론'이나 '절차'가 아닌 전사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조직문화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볼 수 있다.


애자일을 제대로 도입하려면 팀원들이 단순히 스크럼이나 칸반을 적용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자일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img.jpg 우리 진짜 애자일 하는거 맞음?




2. 조직 문화와 애자일의 충돌



애자일을 도입할 때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이미 자리잡은 조직문화이다.


강한 탑다운 문화로 인해 상위 관리자에게 모든 의사결정이 집중되어 있어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거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면 애자일 도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애자일의 핵심은 일단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문화가 중요한데 모든 의사결정이 경영진에서 이루어지거나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비난하고 질책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팀원들이 향후 선택에서 안정지향적으로 가게 되므로 실험 자체가 어려워지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없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


또한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문서화에 대한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애자일은 유연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문서가 아니라면 생략하는게 대부분이지만 일부 조직에서는 여전히 요구사항이나 모든 케이스에 대해 세세한 문서화를 요구하며 이는 당연하게도 개발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다. (어느순간 일을 위한 일이 되어버린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문화가 어떻게 정립되어있는지부터 파악이 필요하고 문화부터 차근차근 변경하는것이 필요하다.


급진적으로 변하면 구성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의 차이를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면, 업무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 애자일 도입 시 흔히 저지르는 실수


애자일을 도입하면서 많은 팀이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1) "애자일 = 스크럼"이라고 생각하는 오류

애자일을 도입한다고 하면 대부분 스크럼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형식적인 스프린트와 스탠드업 미팅을 도입하지만 정작 팀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애자일은 말 그대로 방법론중의 하나이며 방식은 스크럼, 칸반, XP 등 여러가지가 있다. 현재 자리잡은 문화와 팀의 성향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2)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작

애자일을 도입하면 PM, 개발자, 디자이너 모두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협업해야 한다. 하지만 역할이 명확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한다.


모두의 R&R을 명확히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가 채우면서 간다라는 사고를 함께 동의하고 시작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탓으로 끝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PM과 디자이너, 프론트와 백 서로의 역할이 불분명하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게 되고 나중에 '어 당연히 해주시는거 아닌가요?' 라는 오해와 싸움이 시작된다. (결국 끝은 남탓으로 끝난다...)

20200915_5f60302744f78.jpg 아 몰랑 무조건 너 때문이야


3) 애자일을 도입했지만, 정작 고객 피드백은 반영되지 않는 경우

아마 가장 많이 나오는 실수이자 알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케이스이지 않을까 싶다. 애자일의 핵심은 고객 지향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개발인데 실제로는 내부 논의만 반복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애자일을 도입해서 성과를 보인 회사들의 사례를 찾아보는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을 도입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는 시장에서 대응하며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많이 하는 실수이다. 겉으로는 애자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고객의 니즈는 철저히 무시된채로 본인들이 생각한 로드맵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결국 끝에는 시장에서 도태되는 제품을 만들어 회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애자일을 정착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


그렇다면 애자일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조직문화가 애자일을 실행할 수 있도록 갖추어야 한다.

이미 성공한 회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아무리 좋은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전에, 현재 회사의 문화와 기존 업무 방식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일해왔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애자일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문화라면 절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워터폴 방식으로 운영하는게 더 안전하게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



2) 작은 성공 경험부터가 시작이다.

처음부터 전사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하려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애자일이 모든 회사에서 동일하게 돌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방식도 제각각이라 한번에 도입하면 모두가 다른 애자일 방식으로 업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TF팀 등을 만들어 애자일 방법론을 바탕으로 운영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자체적인 회고를 진행하여 어떻게 해야 전사적으로 퍼질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먼저 실험해보는게 좋다.



3) 애자일을 도입한 뒤 지속적인 회고와 효과를 추적해야한다.

애자일을 도입했을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지속적인 회고를 통해 회사만의 방법론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기존보다 개발속도가 빨라졌는지, 어떤 부분에서 기존보다 빠르게 할 수 있었는지, 고객의 니즈는 어느정도 반영이 되었는지, 팀원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하여 개선하고 또 개선하며 프로덕트 뿐 아니라 방법론 자체도 개선을 해나가야한다.


만약 도입했음에도 오히려 전보다 속도가 느려지거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 적용할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할지 결정해야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애자일은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라 문화와 사고방식의 변화다.


많은 조직이 애자일을 도입하지만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러 회사에서 애자일을 외치면서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돌이켜보면 '이제부터 우리 애자일 합시다!' 외치기만했고 평상시 우리가 어떻게 업무해왔고 어떻게 변경이 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던점에서 실패를 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잘 갖춰진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애자일을 적용한다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팀의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프로덕트를 만들게 될 것이고 회사 또한 살아 남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유행 따라 애자일을 도입하는게 아니라 "왜" 도입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자.

그래야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객지향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