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가 단순한 '일정 관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많은 회사에서 애자일을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프린트'를 진행한다.
A : "어떻게 업무하고 있나요?"
B : "저희는 2주단위 스프린트를 돌리고 있어요"
이 말만 보면 빠르게 체계적으로 운영되는것 같지만 정작 깊이 들여다보면 '스프린트'라는 이름만 쓸 뿐 애자일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일정 관리의 또 다른 형식으로 변질되거나 짧은 워터폴처럼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린트는 아래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
1.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일정 내에 집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실행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해
3. 기능 단위가 아니라 가치 단위로 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해
하지만 현실에서는 스프린트를 돌린다고 해도 위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내가 경험했던 흔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스프린트를 하면 당연히 목적에 따른 백로그가 있고 그중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작업을 골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과정이 단순한 '할 일 목록'으로 전락해버린다.
A : "이번 스프린트에서 이 기능을 개발할거예요."
B : "왜요? 이 기능이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나요?"
A : "음... 대표님이 이거부터 요청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 기능을 이번에 개발해야 하는지 팀의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개발해야 할 일'을 배정받고 소화하는 일정 관리 방식이 되곤 한다. (바로 이게 전형적인 K-애자일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스프린트의 시작점에서부터 '비즈니스 목표'와 연결 짓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개발해야 할 일이 아니라 이 스프린트가 끝났을 때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팀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결국 목표를 설정할 때 '사용자에게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많은 팀이 스프린트 계획을 할 때 백로그에서 적절한 양의 작업을 뽑아와 일정에 배치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진행하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누군가의 요청으로 갑자기 우선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1. 원래 계획한 작업을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추가 근무가 발생하거나
2. 어차피 다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대충 마무리하고 다음 스프린트로 넘기거나
결국 개발 속도가 늘어지고 계획을 지키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스프린트의 목표는 '일정에 맞춰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 높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 있다면 스프린트 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예측을 기대하기보다는 스프린트마다 예측과 실제 진행 속도를 비교하면서 점점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프린트가 끝나면 당연히 회고를 한다. 하지만 이 회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냥 다 같이 힘들었다' 정도의 공유로 끝나거나 매번 같은 피드백이 나오면서도 바뀌는 것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회고는 아래처럼 흘러간다.
1. 문제는 나왔지만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음
2.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다음 스프린트에도 똑같이 반복됨
3. 결국 점점 회고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고 생각하게 됨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회고 시간이 그저 '형식적인 미팅'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회고에서 나온 문제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개선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 스프린트에서 반드시 1~2가지는 실험적으로 적용하고 그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단순한 불만 토로 시간이 아니라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자일의 핵심은 빠르게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프린트를 돌린다고 해서 이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팀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까지는 빠르게 진행한다. 그런데 정작 사용자의 반응을 체크하고 그것을 다음 스프린트에 반영하는 과정이 없다면? 결국 내부 논의만 반복될 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워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모든 스프린트에는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 포함되어야 한다. 새롭게 추가한 기능이나 변경 사항이 실제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체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스프린트의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스프린트는 단순한 일정 관리 도구가 아니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팀이 정말로 '애자일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빠르게 학습하며,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형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1. 일정 맞추기가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스프린트를 계획하기
2. 스프린트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3. 회고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드시 개선점으로 연결하기
4.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스프린트를 단순한 업무 방식이 아니라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애자일 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