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으로 경험한 조직문화의 문제점과 개선점
*본 글은 지난 1년간 '블루밍비트' 라는 블록체인 미디어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의 개선과정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일단 나는 피플이나 컬처 매니저가 아닌 PM이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명을 공개하고, 그동안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외부로 공개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오히려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분들의 의문을 일부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작성하게 되었다. (이런 시도가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신 CPO님께 감사를...)
또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조직 전체가 뒤틀릴만한 큰 변화였기에 기록하여 회고하고 앞으로 더 잘해보기 위한 목표가 가장 컸다.
먼저 인원구성 변화를 얘기하자면 개선과정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나의 입사일을 기존으로 보면 프로덕트를 만들던 조직구성원이 90% 이상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퇴사자가 왜 그렇게 많았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제 그 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p 01. 어쩌면 그들에겐 목표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작년 입사했을 당시에는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는커녕 사내에서 쓰는 툴에 대한 가이드, 프로세스 등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의 '진짜 스타트업'이었다. 사실 후회도 많이조금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내가 이런 경험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CPO님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어나가기 시작했고, 겸사겸사 팀의 문화, 업무 방식 등을 정의하면서 리빌딩도 진행하게 되었다.
팀 리빌딩을 시작했던 이유도 그 당시 개발팀은 프로덕트팀에 대한 불만이 너무 많았고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상호존중 등)이 있어서 지속적인 조율을 해봤는데 결국 안되겠다고 판단하신 프로덕트 팀원분들이 먼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렇게 팀빌딩에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쏟고 난 뒤에는 진짜 프로덕트만 열심히 개발할 준비가 된 줄 알았다. 과거에 개발팀과 프로덕트팀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에 (왜 퇴사 이후에도 그 관성들이 남아있는 분들에게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불만을 덜어주기 위해 요구사항을 최대한 맞추려고 했었고 불만을 얘기하면 해결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러기만 하면 프로덕트가 잘만들어질줄 알았다.
근데 뭔가 시간이 거듭할수록 우리가 함께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보다 다른 목표를 보고 있는 듯한 불만들이 나왔다.
예를 들어 그 당시 A라는 분은 피그마 사용에 관해 불만이 있으셨는데 이런 얘기를 했었다.
A :"우리는 피그마의 기능을 10%도 못쓰고 있어요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얘기를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분과 함께 다음 질문을 하게 됐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한번만 하시진 않았다.)
B : "그럼 어떤 기능들을 좀 더 활용하면 좋을까요? 혹시 경험해보신것중에 저희 회사에서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이 있을까요?"
A : "글쎄요 피그마는 프로토타입 기능이 강력한 게 장점인데... 음 찾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분과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식으로 불만을 얘기하지만 해결책은 알려주지 않는식의 참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었다.
경력이 꽤 되시는분이셨는데 새로운 툴에 적응하는걸 어려워하시기도 했고 그분뿐 아니라 다른 개발자분들의 공통적인 불만이 피그마에서 줌인/줌아웃, 스크롤 기능을 활용하기를 어려워했던것이었다. 하나의 화면(페이지)에서는 한 프레임만 보고 싶어 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달라고 자주 주장하셨다. (ppt로 돌아가자는건가 참 고민 많이 했다.)
디자이너분도 처음 받아보시는 질문과 불만이었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프로덕트를 어떻게든 만드는거였고 그렇기에 이해하기 힘든 요청에도 수긍하고 그들의 요구사항대로 페이지에 한 프레임씩 넣어서 전달했었다. (최대한 마우스 줌 인/아웃과 스크롤 이동을 덜하도록)
이외에도 디자인해놓은 화면이나 기획서를 무시하고 편한대로 개발한다던지, 사용자의 입장이나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협의 없이 기능을 빼버린다던지, 멋대로 일정을 변경하고 전체 일정을 미룬다던지, 기능은 동작하니까 문제가 있어도 왜 고쳐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여러 일들을 겪었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건 '그들에겐 프로덕트를 함께 잘 만드는것보다 중요한것이 있었구나' 였다.
그들은 스타트업에 속하면서 처한 환경과 회사의 목표를 고려하기보단 과거에 겪어온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 업무 방식, 스스로가 정의한것들을 벗어나지 않는 게 더 중요했던것이다.
같은 회사에 다녔지만 팀워크란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고 지적했어야했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니는 게 즐겁지 않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숨이 턱턱 막혔다. 나를 방어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감정 없는 로봇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날카롭고 예민해졌다. 특히 디자이너분은 그 과정에서 많이 속상해하셨고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윗선에 도움을 요청했었지만 당시 회사의 상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투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고 그로 인해 프로덕트 리뉴얼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문제를 해결하자니 투자와 프로덕트 두 가지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간과했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었고 다른 언론사와는 다르게 페이지에서 광고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BM도 매출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광고 없는 깔끔한 페이지로 유저들에게 잘 보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오긴 한다.)
참 많이 난처했다. 회사의 상황도 이해했지만 장기적으로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 될 텐데 얼마나 우리의 멘탈이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대표님의 진실된 설득에 '그래 일단 해달라는데로 하고 맞춰주면서 한 달만 더 버텨보자 프로덕트 개발이 진행되는게 눈에 보이면 많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티기로 했었다.
(Ep02 에서 계속)
지금 회고해보자면 프로세스나 문서가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진 않았던 것 같다.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에서는 뭘하든 다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이 중요하진 않았던거 같다. 당시로 돌아가자면 아래의 해결책을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한다.
1. 인간적인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1달에 1번만 대면으로 만났기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고리가 많이 약해져있었다.(사실상 없었다.) 좀 더 자주 대면하여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을 했더라면 해결이 가능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2. 조직문화를 좀 더 빠르게 만들었어야 했다.
당시에는 회사의 목표나 인재상, 조직문화가 없었다. 그로 인해 채용에서의 기준도 명확하게 없었기에 벌어진 일들이라 생각한다. 우리 조직이 어떻게 일해야하는지가 좀 더 명확했고 기준이 있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조직문화가 있더라도 그걸 무시하고 행동하면 문제가 반복되겠지만)
끝으로 Ep02로 넘어가기전에 현재의 개선된 상황을 공유하자면 조직문화를 만들어 채용페이지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문화와 기준을 바탕으로 채용된분들이 지금 함께 업무를 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기에 프로덕트는 굉장히 부족한점이 많은 회사지만 채용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조직문화를 보고 좋게 생각하셔서 지원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
내 직무가 컬처가 아닌 PM이지만 조직문화에 집착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것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구성원들이 좀 더 좋고,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환경에서 업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도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를 적용하는 과정을 이제 막 시작했고 앞으로도 갈길이 멀지만 지난 과정을 회고하며 쓰는 이 에피소드들이 초기 창업자나, 조직문화에 고민을 하고 계신 다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블루밍비트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이라면 언제든 커피챗은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