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으로 경험한 조직문화의 문제점과 개선점
*본 글은 지난 1년간 '블루밍비트' 라는 블록체인 미디어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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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문화에 대한 회고(1) https://brunch.co.kr/@scotch2510/4
Ep 02.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2월에도 어김없이 타운홀이 진행됐고 질문이 오가면서 여전히 그들은 불만을 얘기했고 거기에서 나는 큰 실수를 했다. 당시에 나는 코로나에 걸려 현장에 없었고 혼자서 집에서 구글밋으로 듣고 대답하고 있었다.
A : 피그마랑 기획서가 보기 불편한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점은 안 나오는 건가요? 계속 얘기한 거고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불편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질문을 듣고 나니 순간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협업하기에 어떤 툴이 편한지, 어떻게 전달해줬으면 좋겠는지, 기존에 쓰던 방식이 있는지 그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질문들을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저희는 시니어들이라서 다 상관없어요 사실 말로 설명해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라고 대답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되는지, 개발할 때 불편함은 없는지 물어보며 기획서나 피그마 배치를 변경했을때도 큰 문제 삼지 않았기에 더더욱 화가 났고 결국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는 더 이상 예전에 많이 쓰던 툴들을 쓰지 않을 겁니다.
애자일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스프린트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최근 트렌드에 맞게 현재 시장에서 많이 쓰는 도구들을 프로덕트 개발과정에서 사용할 것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자면 참 어리석은 대답이었다.
가뜩이나 그들에게 중요했던것이 '본인들의 과거 경험을 헤치지 않는것' 이었는데 나는 그걸 간과했고 반복되는 의미 없는 질문에 순간 화가 나서 공격적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타운홀은 어색한 공기로 마무리가 되었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 회사 전원은 타운홀 이후에 회식을 진행했다.
나는 코로나로 당연히 가지 못했지만 뒤늦게 들었는데 그날 회식 자리에서 참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고 들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어도 얘기는 돌고 돌아 내 귀에 들어와서 더 황당했다. 흔히 놀리는말중에 회사에는 비밀이 없다고 오전에 '삼진그룹영어토익반' 보러간다고 하면 점심쯤에 토익시험 보러 간다고 되어있고 저녁쯤에는 이직한다는 얘기가 온 회사에 돌아다닌다고 우스갯소리로 돌던 얘기가 있었지 않나?
더군다나 그날은 신규 입사자분도 계셨는데 회식자리에서 개발팀의 행동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팀 리빌딩 이후 디자이너분이 여성분으로 한분만 계셨는데 그분한테 대놓고 '당신이 나머지 사람들 내쫓은 거 아니냐', '여왕벌 놀이하니까 좋냐' 이런 식의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외에도 각종 욕설이 항상 입을 열 때마다 붙어 회식자리에서 오고 갔고(친한 사람들끼리 노는 자리에서 그런 걸 문제삼진 않는다. 다만 그날은 전 직원의 회식이었기에 그들 외에 타 팀도 있었는데 그런 행동을 하였다.) 심지어 그 자리가 마무리된 후에 디자이너분이 식당 안에 뭘 놓고 와서 '아 맞다' 하고 다시 들어가는 걸 보면서 한분은 한심하다는 듯이 욕설을 혼자서 내뱉었고 그걸 그날 입사하신 분이 바로 앞에서 들었다.
이 얘기는 벌어지고 나서 한참뒤에 알게 되었다. 이걸 들으신 분도 얘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고 실제 업무를 개발팀과 하다가 답답함에 얘기하시면서 말씀해주신거였다 그뿐 아니라 그날 타운홀에서 나의 발언으로 인해 이미 기분이 상했던 그분은 회식자리에서 나를 안주삼아 까내렸고 '경력도 본인보다 적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를 가르치려 한다 실력이 뛰어났으면 이런 얘기안했다' 라며 열심히 뒷담을 했다고 한다.
이 일로 인해 서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최소한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도 요청사항도 모두가 보는 곳에서 하기로 하여 뒤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고 감시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했을 때까지 관계는 이미 깨졌지만 그래도 리뉴얼을 위한 프로젝트가 느리게라도 굴러는 갈 거라고 생각했다.
(Ep03 에서 계속)
지나고 나서 하는 회고기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문제해결에 관해 더 강력하게 요구했을것이다.
해당 행위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해당 인원에 대한 징계 등 강력한 조치를 해서 다른 사람들도 보고 우리 조직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하는 일이구나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앞으로 할 얘기가 더 남았지만 위 상황에도 그냥 넘겼기에 또 비슷한 일이 발생했고 그게 누적되다 보니 다른 분들도 본인들의 언행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게 그냥 그 사람의 성향이어서 신경 안 쓴 건진 모르겠지만...
조직문화 관점에서 보자면
1. 문제를 인지했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고 재발하지 않기 위한 조치를 빠르게 취해야 한다.
2. 해당 문제를 모든 구성원들도 알 수 있게 하여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인지시켜야 한다.
3. 빠르게 조치하지 않으면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4. 일이 되게하는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그 일을 하는것은 회사에 있는 직원이다. 이런 일로 절대 직원을 실망시키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