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으로 경험한 조직문화의 문제점과 개선점
*본 글은 지난 1년간 '블루밍비트' 라는 블록체인 미디어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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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문화에 대한 회고(3) https://brunch.co.kr/@scotch2510/6
Ep 04. 결국 환경이 모든 것을 바꾼다.
결국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주 4회 재택을 하며 업무를 해왔던 전 직원이 주 2회 재택, 주 3회 출근으로 변경되었다. 그동안 주 1회씩 출근하던 프로덕트팀에겐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뿐이지만 한 달에 1번 나올까 말까 했던 개발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동안 편의성을 고려하고 개인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배려해 줬지만 1달에 1번 보다 보니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슬랙에서도 상대방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회의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면근무를 통해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가 첫 번째 목표였다.
무엇보다 가장 컸던 것은 지난 4~5개월 동안 프로젝트의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그 흔한 MVP조차 나올 수가 없었다. 특히나 앱 쪽은 원래 iOS 개발자였던분이 React Native를 처음 해본다는 이유로 소셜 로그인 구현만 2달이 넘게 걸렸고 그 마저도 퍼블리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구현이 되고 있었다. 연차가 10년이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서', '처음 해봐서', 'OO에 이슈가 있어서' 라는 이유가 항상 붙어있었다.
Android/iOS 개발자를 따로 구성하려 했는데 스스로가 RN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해서 진행했는데 매주 회의 때마다 핑계만 늘어놓으며 매번 일정을 지연시켰고 그 와중에 휴가는 가야 한다고 스프린트 목표를 다 처리하지 않고도 사전에 공유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
안되는 이유를 더 찾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줄 방법을 같이 고민해주고 싶어도 워낙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있으신분이라 다른사람의 의견은 별로 듣고 싶어하시지도 않았고 항상 '나보다 연차도 낮은게 가르치려하네' 의 마인드가 있었던분이라 협업하기에 많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결국 재택근무가 없어지자마자 바로 퇴사의사를 밝혔고 잔여 휴가를 출근일에만 쓰고 재택일에는 근무를 하는 참 얌체 같은 짓을하고 떠나셨다.
어쨌거나 재택을 없애고 나니까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출근한다고 크게 달라지는건 없었다 어차피 자리도 분리되어 있었고 하루에 한마디도 안하고 출퇴근하는날도 많았다. 얼굴을 자주 본다고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다시 튀어나오는것도 아니었고 그들은 여전히 비난하고 비꼬기 바빴다.
결국 출근으로 전환하자마자 2명이 바로 퇴사를 밝혔고 이후에 나머지분들도 차례로 퇴사를 하겠다고 하셨다. 회사에 대한 애정도, 프로덕트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은 역시나 본인이 편했던 환경을 뺏기자마자 바로 퇴사해버렸고 그런 사태를 보면서 채용, 인재밀도 확보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회사들의 채용 사이트들을 보면서 조직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결국 '심리적 안전감' 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태를 겪어오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언제나 지적만하는 부정적인 사람들과 일을 해왔기에 모두가 불편함을 겪고 있었고 시간만 쓰고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보기 시작했고 수없이 쓰고 지워가며 토론한 결과 아래 이미지와 같은 '블루밍비트가 일하는 방식' 과 '이런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를 정의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블루밍비트는 이 기준에 맞게 업무를 하고 있다. 절대 비난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사용하지도 않고 각자의 업무에선 각자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중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구성원들이 거의 다 바뀌었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 계신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줘서 좋다'라는 얘기를 자주 하시는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지금은 COO도 겸직하고 계신 CPO님이 과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신경 많이 써주셨기에 가능했던것도 있다. 목표만 생각하면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도 상관없을수도 있고 Top-down 식으로 찍어 누를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고 모두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3가지인 것 같다.
1.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예시가 있다면 더 좋다.)
2. 조직문화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것(채용에는 정말 많은 에너지를 써야한다.)
3. 조직문화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방향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보이면 즉시 대응할 것(잘못된 행동은 둘만 있는 자리에서 빠르게 피드백해야한다.)
아무리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도 구성원들이 서로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나서서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PM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섰던 이유는 결국 조직문화가 업무의 효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 생각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갖고 행동하려고 한다. 특히나 C레벨에서 직접 물어보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해할 수 있어 내가 그 중간의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기 위함도 있는것 같다.
이번달로 이 회사에 온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벌써라고 쓸지 이제야라고 할지 단어 선택이 참 애매하지만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적용시키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채용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지금의 채용에서는 무엇보다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고 협업하기 좋은 사람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 같이 일하는 분들은 모두 좋은분들로 구성할 수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이런 환경을 만들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프로젝트는 느려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부족하지만 2.0 출시를 완료했다. '우리의 일' 과 '고객'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이제야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달릴일만 남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블루밍비트 화이팅!)
어쩌다보니 PM이 컬처까지 담당하여 많은 업무들을 수행했다. 타 회사 문화 리서치, 구성원 1on1 인터뷰, 조직문화 정의까지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했고 내 의견을 들어주시는 C레벨분들이 계셔서 가능했던것 같다. 솔직히 다시 또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다. 1번도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기에 다른 분들은 이런 일을 절대 겪지 않기를 바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힘들더라도 해결해보는게(나를 믿고 같이 해결해줄 사람이 있다면) 좋은 경험이니 한 번쯤은 해봐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빠르게 벗어나는게 건강에 이롭다.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리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조직문화에 신경 쓸 것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