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앞두고 천천히 걸은 도심에서의 하루
시닝에서 둔황(敦煌, Dūnhuáng)으로 넘어가는 날, 비행기는 초원을 지나 설산을 건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위를 날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점점 단순해졌고,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들이 조용히 이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려 도착한 숙소는 사막 한가운데 놓인 작은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햇살이 잘 드는 길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놓인 낙타 인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막이라는 배경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잘 살린 공간이었다.
웰컴 푸드로 받은 과일을 들고 밖에 앉아 잠시 햇빛을 받았다. 과일을 먹고, 바람을 느끼고, 그늘이 조금씩 이동하는 걸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이곳의 속도에 맞춰졌다.
근처에 뇌음사(雷音寺, Léiyīn Sì, Leiyin Temple)라은 절이 있는 걸 찾고 나설 채비를 하자, 숙소 사장님이 전기 오토바이를 가리키며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잠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여행답게 느껴졌다.
중국 기준으로는 소박한 편일지 모르지만, 한국의 사찰과 비교하면 큰 규모였다. 고즈넉한 넓은 마당과 전각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풍경은 너무 예뻤지만 사막의 햇살은 강했기에 샤오홍슈에서 미리 찾아 두었던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유주메이트(敦煌若月美宿, Dūnhuáng Ruòyuè Měisù) 라운지에서 바라본 사구 언덕은 사막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내려져 있던 얇은 커튼도 그 풍경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맥주 한 잔과 함께 메뉴판 사진이 예뻐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잠시 앉았다. 안타깝게도 아이스크림은 보기에는 예뻤지만 맛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도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샤저우 야시장(沙州夜市, Shāzhōu Yèshì, Shazhou Night Market)에 가기 전, 소품샵과 서점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햇살이 깊게 스며든 소품샵에는 불교 미술을 모티브로 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서는 조용히 그림 수업이 진행 중인 듯했다.
유리 바닥이 인상적이던 서점 역시 불교 서적들로 가득했다. 둔황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불교를 품고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도착한 야시장은 메인 구역과 상대적으로 한산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메인 구역은 정돈된 분위기였고, 가게들은 밝고 깔끔하게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던 샤총뉴로우빙(沙葱牛肉饼, shā cōng niú ròu bǐng)은 군만두 같은 맛의 호떡 형태였고, 줄 서서 기다린 게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양꼬치도 바로 구워 나와, 망설임 없이 손이 갔다.
가게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돌아가던 중, 우연히 공연팀이 자리를 잡았다. 전통 춤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등장한 MC가 분위기를 바꾸자, 조용히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낮에는 고즈넉했던 도시가 밤이 되자 조금은 가볍고 신나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둔황에서의 첫날은, 사막의 차분한 공기 위에 웃음과 박자가 겹쳐지는 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