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아차리고 계신가요?
음식과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요 2
일단 멈추고 평점심을 찾기
예전에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서 저는 심한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사수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었는데 견딜 수가 없었고 달아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가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며 상담을 시작했을 때 의사는 제게 지금 당장의 결정을 보류할 것을 권유했었습니다. 마음이 심하게 요동칠 때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더구나 퇴사와 같은 중차대한 일은 더더욱 그랬죠.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때때로 삶의 힘든 결정 앞에 설 때 내가 너무 감정적이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지표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최선의 결정 내릴 수도 있을 거예요. 음식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똑똑한 의사결정은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결정이 아니다. 또 감정에 가려지거나 휘둘린 결정도 아니다. 무엇보다 음식 앞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음식 앞으로 내모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때마다 당신이 이런 감정(분노, 슬픔, 기쁨 등)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에게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평정심 유지에 달려있다. - 감정 식사, 수잔 앨버스 중에서
감정은 정말 두 얼굴을 가졌어요. 저자는 우리가 흔히 감정으로 압도되어 아무렇게나 음식을 선택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어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은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보다는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몸에 나쁜 음식을 먹더라도 양과 횟수를 조절하면 되는 데 우리는 늘 먹고 자책하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
이제 설루션을 간단히 얘기해 볼까 해요. 우선은 뭔가 갑자기 폭발적인 식욕이 생겨날 때는 일단 멈추고(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음식으로 손이 가는 것을 일단정지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이에요. 저라면 일단 침대나 소파로 와서 잠시 생각을 해보려고 해요. 자신의 감정의 근원을 자세히 알아차리기가 중요합니다. 어쩌면 내 내면의 깊은 곳의 감정은 제게 전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그러면 우리는 음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예를 들면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든가 아님 나가서 조금 걷는다라든가요. 평정심을 되찾고 가만히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능동적인 단어로 바꾸어 말하기
그리고 다음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하면 안 돼. 혹은 ---을 먹으면 안 돼. --을 더 먹는다면 넌 정말 의지박약이야라든가 하는 대체로 강박적인 말은 음식을 조절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별로 도움이 안 된답니다. '할 수 없어' 대신에 ' 하지 않아'와 같은 자신의 선택에 보다 능동적은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어'라고 하기보다는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아'라고 바꿔 말하는 거예요. 자신의 선택을 내적인 이유와 연결시켜서 보다 능동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해요. 우리 인간은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고 그렇잖아요. 방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막상 청소하란 소리를 들으면 하기 싫은 것처럼요.
제가 사용해 봤는데 이 부분은 꽤 괜찮은 방법 같아요.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스스로에게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그렇다면 조금만 먹기로 하겠어와 같이 자신을 설득하는 방식이 제게도 효과가 더 큰 것 같았어요. 왜 꼭 밤에 라면 광고는 더 많이 보이는 걸까요. 야밤에 라면이 먹고 싶을 때는 저 스스로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긴 하지만 지금 먹고 소화시키고 자기엔 시작이 부족해. 그러니 내일 낮에 먹기로 하자.'와 같이요. 요새 제가 꽂혀있는 과자가 있는데 먹다 보면 금방 한 봉지를 비워버리게 돼요. 그럴 때도 먹으면 안 되라고 자신에게 윽박지르기보다 조금만 먹는 걸로 하고 나머지는 보관하기로 하자. 와 같이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설득은 우선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저자도 감성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단어 선택에 신중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원한다고 해요.
너무 어려운 얘기들이었나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배고픔과 허기짐 혹은 식욕 등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느낀 허기는 나의 또 다른 복잡한 다른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요. 내면의 꿈틀거리는 다른 생각들을 어쩌면 저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단순하게 '허기'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스펙트럼에 늘어선 다양한 색들처럼 내 감정의 띠에서 그것은 어쩌면 외로움일지도 모르고, 허전함일지도, 분노일지도, 혹은 피곤함이나 헛헛함일지도 모른다고요. 아니면 갑자기 떠오르는 다른 사건으로 말미암아 느껴지는 전혀 다른 감정, 그게 미안함 일지도 모르고 그리움일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음식'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나의 감정의 색깔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동안 타인에 대해 공감하려고 할지언정 나 자신에 대해서는 공감하려고 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결국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도 잘 자각한다는 말에서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네요.
제가 우스개 소리로 딸아이에게 그랬답니다.
-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으면 엄마는 절대 체하질 않아. 그랬더니 딸이 그래요.
- 왜? 맛이 없어서?
- 응
뭐랄까 맛이 없어서 적당량만 먹게 되는 구내식당. 그래서 위에 부담이 절대 없는 식사. 음식이 맛이 있든 없는 결과적으로는 소식이 제게 가장 맞는 식사패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잖아요. 다만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가 내 몸에 좋은 것을 선택하기 힘들 때 우리 한번 가만히 내 마음을 알아차리도록 해봐요.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해보기로 해요. 그러면 서투른 나의 생각이 보다 나은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예요.
참고문헌
- 수잔 앨버스, <감정 식사>, (2019, 생각속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