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근무지로 옮기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요. 저는 4년 사이에 자동차 접촉사고를 벌써 2번이나 냈어요. 차만 수리하면 되는 약한 정도의 사고이긴 해도 아시잖아요.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사고가 난 그 주는 운전대를 다시 잡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요. 갑자기 운전이 무서워지고 교차로나 건널목 앞에서 한없이 소심 해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잖아요. 아마 제가 좀 더 소심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어쩐지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오히려 용감했던 대학시절을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 더 소심한 성격이 된 거 같기도 해요. 맏이라 그런지 동생들에게 어른스럽게 굴다가도 부모님의 지원이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 덕인지(자존심만 세고 실력은 미천한 사회 초년생) 사회에 나가면서부터는 어린 마음에 상처받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제가 두 번째 교통사고를 내고서 남편에게 그랬어요.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래요. 사고 안 날 때까지 더 열심히 운전해 보라고요. 스크래치 난 내 자신감에 그래도 괜찮아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 조금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작은 경차는 명의는 남편 것이라 너 때문에 보험료 올라간다고 타박은 받았지만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그리 모험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늘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 호기심은 있어도 선뜻 나서기는 어려워하는 타입이에요.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같이 하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외지에서 맞닥 뜨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미리 겁을 먹는 것도 같아요. 그런 제가 요즘 회사에서 승진을 준비하고 있어요. 업무의 강도나 사고의 단계가 직원일 때와는 다른 차원이 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고 지금은 같이 입사한 동기들에 비해 많이,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죠. 승진 후 당연하게 따라오는 지방 근무도 싫었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기 싫다는 저만의 핑곗거리가 늘 제겐 장전된 총알처럼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새로운 업무 확장이 두렵고 새로운 근무지와 새로운 위치에 따른 부담감과 그에 따른 불편한 감정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마다 인생의 가치관은 다 다를 거예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승진하려고 애를 쓰나, 나이 들어서 업무에 매달리다가 몸과 마음이 다 헤지면 어쩌나 하고 아직도 마음 한편엔 두려움과 그 두려움의 합당한 핑곗거리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 보고자 다짐하는 때 말이에요. 어렵겠지만 해보자는 마음, 해낼 수도 있다는 마음, 아주 작은 씨앗만큼의 자신감이 마음속에 있다면 한번 더 물을 주고 그 씨앗을 키워보도록 해요.
최근에 읽게 된 멘털이 강해지는 연습(데이먼 자하리아 데스)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저처럼 소심하고 유리 멘털인 사람이 이제 와서 멘털이 강해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졌다는 사실이 저 스스로도 놀랍고 기가 막혀요.(이것도 또한 너무 늦은 감이 있어서요.)
일단 자신감을 높이고 싶다면 안전지대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답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낯선 상황에 노출이 되고 그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불편감 감정을 일으키는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데요. 솔직히 우리는 대부분 이 부분 때문에 도전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굳이 내가 만나지 않아도 될 껄끄럽고 불편한 감정들을 이겨내고 싶지 않은 거죠.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한 감정들을 이겨낼 수고를 하고 싶지 않은 거고요.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면 스스로도 무척 대견스러울 것 같아요. 저에겐 운전도 조금은 비슷한 영역이에요. 낯설고 불편해요.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아서요. 막히는 도로에서 혹은 위험한 빗길이나 밤 운전을 해야 할 때는 바짝 긴장을 하지요. 하지만 해냈을 때는 나는 또 한 번 오늘 운전에 익숙해졌구나,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지요. 비단 이러한 경험은 꼭 한 가지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아닐 거예요. 하루를 살아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부분에서 자신감이 필요하니까요. 새로운 일을 해야 할 때 밀려오는 불편한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고 이겨내 보려고 해요.
우리는 또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 잘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서처럼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감에 상처를 주고 자신의 동기와 능력에 불신하도록 마음이 길들여진다고 해요.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의 허락을 받기 전까진 행동을 자제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점차 자신의 수행력에 불안감이 싹튼다고 합니다. 저는 회시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매사에 늘 자신이 없어서 남이 결정해주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 말이에요. 스스로도 자신의 생각을 믿지 못한다면 그건 나 자신에게도 너무 서글픈 일이잖아요.
살면서 가끔 저는 남편의 사고방식에 대해 배울 때가 많아요. 별것 아닌 것을 자주 별것으로 받아들이는 저와는 판이하게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답니다. 어쩌면 저렇게 초긍정적일 수가 있을까. 생각이라는 것을 하긴 하는 것인가. 단순무식 공대생이라 그런 건가. 어쩌면 멘털이 저리 강할 수가 있을까 하고 속으로 감탄할 때가 많지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멘털이 강한 사람은 흔들리는 멘털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붙잡는 것뿐이라고요. 생각하는 방식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 중이에요. 이제는 어떤 어려움이 닥칠 때는 스스로 해결방법을 생각해보거나 머릿속으로 순서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저도 찾기 시작했지요.
불안감과 자신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불안함을 잠재우려면 내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준비, 숙달, 연습과 같은 방법들로 자신감을 키우는 법도 중요하겠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 불편하고 어렵겠지만 그 상황을 만나보자는 마음가짐,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힘들 것이고 그만한 어려움은 예상하고 있으니 견뎌보자는 마음가짐, 지금보다 더 나이지리란 보장은 없지만 또한 더 나빠질 것도 없으리라는 마음가짐, 실패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실망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잘 안되더라도 인생에 필요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마음가짐 같은 것 말이에요. 그런 마음을 먹기 전까지는 우리는 행동할 수도 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마음가짐이 더 큰 나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작은 마음가짐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해요. 다음 단계를 위해서요.
자신감은 내가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다. 자기 신뢰의 일부는 내가 보유한 능력에서 나오며, 이 능력은 나의 지식 기반, 재능, 숙련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자신감은 주어진 상황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될 때 느끼게 된다. - 멘탈이 강해지는 연습-
읽은 책: 멘탈이 강해지는 연습(데이먼 자하리아 데스, 역 김미정),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