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올리버 쌤이라는 미국인 유튜브의 영상을 보는데 한국인인 와이프와 대화를 하는 중에 미국에는 서럽다는 표현이 없다는 거예요. 대체 서러운 감정이 무엇이냐는 남편의 질문에 (영상의 내용이 아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국인 와이프는 타지에서 감기라도 걸려서 아프고 그럴 땐 서러운 감정이 든다고 설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국 사람들은 대게 서러운 감정을 모른다고 해요.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언어 간에 표현하는 감정의 깊이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제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지요. 사용하는 언어의표현하는 그 개수와 범위가 다르니 그 언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감정의 범위도 그 언어 내에서 정해지는 것일까 하고 혼자 생각을 했더랬지요. 여하튼 감기가 걸려서 타지에서 혼자 아프게 되면 얼마나 힘들고 서러울까 하고 저는 완전히 공감이 되는데 아프게 되더라도 아픈가 보다하고, 금방 낫겠지 하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는 가끔 부러워요.
'런 온'이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그 드라마에서 오미주라는 여자 주인공은 고아예요. 혼자서 생계를 그리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고단한 인생의 주인공인데 그녀는 영화를 찍는 현장에 외국배우의 통역을 위해 지방으로 출장을 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살감기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녀 곁에는 썸 타는 남자도(남자 주인공) 생겼고 그 남자가 약도 사다 주고 간호도 해줍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는스스로를돌보는 인생을 살아왔고 하루라도 아프면 일에 지장을 주게 되고 아픈 자신을 위해서 대신 나서 줄 가족이 없었기에 몸이 아프다는 사실이 아파서 몸을 가눌 수 없는 그 와중에도 짜증스럽기만 해요. 그녀는 열이 펄펄끓으며 끙끙앓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욕을 해요. '왜 아프고 지랄이야' 하면서요. 오미주가 보여주는 감정은 어쩐지 서러움을 넘어서 분노처럼 느끼지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은 아픈 자신을 대신해줄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더 힘든 주인공이 안타깝고 그녀가 느낄 서러움도 함께 느껴지기 때문에 공감이 가능할 겁니다. 어찌 되었든 미주는 스스로에게 밀려오는 서러움(혹은 자기 연민)을 스스로 수용하지 않고 강하게 내치려고 하는 것만은 알겠더라고요.
서럽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원통하고 슬프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떨때 서럽나요? 자신을 스스로 불쌍하게 생각해서 원통하고 슬퍼진 적이 있나요? 때론 삶이 불공평하고 왜 하필 내게만 이런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하고 억울하게 생각된 적이 있나요? 이런 나 참 불쌍하다 하고요. 이런 마음가짐은 심해지면 끝없는 좌절감을 가져오고 우울증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해요. 또한 어쩌면 정말 저에게도 그동안 해당되었던 얘기지만, 버릇처럼 자신을 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난제를 만났을 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멘탈이 강해지는 연습,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김미정 옮김, 2022. 08)
고백하기 참 부끄럽지만, 저는 잠을 부족하게 자는 것을 싫어하는 편인데 잠을 못 자게 되는 상황이 오면 제가 그렇게 딱하게 생각되더라고요. 잠을 부족하게 자는 것이 저에게 어떤 안 좋은 경험을 주고 그것이 저의 무의식을 건드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하루 중 잠에 쏟아야 할 시간을 뺏긴다는 게 참 억울하더라고요. 아버지 간병을 위해 병원에서 자야 할 때 밤새 간간히 아빠를 비롯해 다른 환자들의 가래를 뽑느라고 잠을 설치거든요. 그 피곤함이 참 싫었는데요. 어느 날 아빠 간병을 하러 간 날 그날은 이날은 그냥 잠을 자지 말자하고 포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더 이상 제가 딱하게 생각되지 않더라고요. 마음을 바꿔먹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태풍이 와서 회사에서 비상근무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업무의 특성상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비상근무를 하는 편인데요. 제 차례가 되어서 하룻밤 회사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일이 생겼답니다. 그날도 잠은 포기를 했지요. 다행히 태풍이 서울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서 다행스럽게도 쪽잠을 자긴 했고요. 잠은 어차피 못 잘 텐데 포기하자 마음먹으니 되려 편안해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는 그동안 회피를 하려고 해서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냥 받아들이고 부딪히면 되는 문제를요. 왜 그렇게 몸을 사렸는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사는 이치를 깨닫는 것 같아요. 하기는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 앞에서 멈칫하고 물러설 준비를 하니 그런 제 자신이 못마땅해지고 딱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 소개한 책의 내용처럼 어려운 일 앞에서 포기를 하는 사람처럼요.
자기 연민을 버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요.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실패, 불행, 고난을 견디는 데 유익한 내부, 외부 자원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감사하는 목소리를 통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멘탈이 강해지는 연습) 시도 때도 없이 불평불만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사기가 떨어지고 나의 에너지마저 빼앗기는 것 같아 씁쓸한 사람들이 있어요. 합당한 불평이라면 모를까 타인에게 두서없이 건네는 습관적인 불평은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자기 연민에 지나치게 빠진 사람들일지도 모르고요. 불평은 자기감정을 인정하고 싶은 해로운 감정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어요.
어떤 심리적 문제이든지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생각해 줄 사람은 나뿐이잖아요.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할 사람도 나고요. 인생을 사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공부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이 참 좋더라고요.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나의 욕구 알기) 알아야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저도 한 가지 알아낸 건 그동안 해보지도 않고 움츠려 있었다는 점이지요. 그냥 하면 되는데 안 하려고 하니까, 자꾸 피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괴로웠다는 걸 알아챘어요. 어려운 일이 내게 왔을 때 그것을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거든요. 오늘로 잘 알아차리는 하루 되기를 바라봅니다. 앞으론 너무 늦게 알아차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라는 개념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에요. 자기 연민, 자기 자비라는 개념은 보다 자신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긍정적인 개념이랍니다. 모든 개념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듯이요. 이 책에서 얘기하는 자기 연민은 불평하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수용해주는 의미로서 자기 연민에 대해 곧 다루려고 합니다. 드라마'런 온'에서 미주(여주인공)가 서럽고 스스로가 딱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다 수용하고 받아들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해요.(마음 챙김의 방법). 자기 불평보다는 나 자신에게 위로를 주는 그런 자기 연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