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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Nov 13. 2022

자기친절

자기연민(Mindful Self-Compassion)을 위한 첫걸음

얼마 전에 업무상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적이 있었어요. 수차례 확인요청 메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하지 못하고 빠트린 것이지요. 본사 업무 담당자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해결을 봤지만 저는 실수한 제 자신을 이해도 용서도 하기 어려웠지요. '바보같이 어쩌면 그런 걸 확인 안 할 수가 있지? 제정신인 거야?' 하고 스스로를 타박했답니다. 그런데 회사 선배가 제게 그래요. '실수는 누구나 하지.' 순간 마음이 쿵 내려 앉더라고요. 왜 우리는 타인에게 하듯이 자신에게는 위로의 한마디가 어려운 것 인지요.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가면 힘을 빼라고 하잖아요. 골프 연습을 할 때도 힘을 빼라고 하고요. 어제 김창옥 님의 강의를 듣는데 이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이완을 해봐야 몸이 굳어있는 것을 안다고요. 정말 맞는 말 아닌지요. 물리 치료사님이 목에 힘 빼라고 하니 그제야 힘이 빠집니다. 하루 종일 제가 제 멱살을 잡고 살았다고나 할까요. 누군가 힘 빼라고 해서 힘을 빼보면 내 몸에 잔뜩 들어있는 긴장감을 그제야 느끼는 거죠. 김창옥 강사님은 위로도 받아봐야 자신이 힘든 줄 안다고 해요. 아, 어쩌면 맞는 말씀만 하시는지요. 가끔 우리는 우리 스스가 힘든 줄도 몰라요. 누군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고 보면 순간 '그동안 나 힘들었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상처받은 친구가 있다면 우린 어떻게 할까요? 위로하겠지요. 옆에 가만히 있어주며 이야기를 들어주겠지요. 왜 소중한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나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그러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많은 책이나 강연에서 자기 자신에게도 위로를 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위로는 쉽지만 자신에게 하는 위로는 어쩐지 어색하고 그리고 아예 할 줄도 몰라요. 왜냐하면 해 본 적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힘이 들 때 자책하기 바쁩니다. 내가 그랬을까? 중요한 것을 빠트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난 역시 꼼꼼하지가 못해. 왜 난 이것밖에 이룬 것이 없을까. 그동안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요. 어쩌면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자신에게 만큼은 위로보다는 자책과 비판을 하지요.


오늘은 자기연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자기연민(Mindful Self-Compassion)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며 비난하고 자책하는 연민이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명확하게 바라보면서 보다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이야기합니다.


자기연민 연구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신 크리스틴 네프는 그녀의 저서 '러브 유어셀프'에서 자기연민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해요. 첫 번째는 자기 친절, 둘째는 인간 경험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 셋째는 마음 챙김입니다.


자기친절


자기친절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내부에서 벌어지는 자기판단과 비난을 멈추는 일이라고 해요. 서두에 제가 실수한 것에 대해 자신을 비난했던 것을 멈추는 일 말이에요. 자기친절은 자기비판을 멈추고 나아가서 어려움에 빠진 소중한 친구를 위로하듯이 우리 자신을 적극적으로 위로하는 것이라고 해요.(유색 처리 부분은 '러브 유어셀프'책에서 인용한 부분임을 밝혀둡니다.)  하찮은 실수를 한 제 자신이 미워진 제게 선배가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하고 위로했듯이 힘든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도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로 힘든 순간에 너무 힘들기만 하다는 감정에 푹 빠지지 말고 "이 순간 나를 어떻게 돌보고 위로할 수 있을까?"말하면서 잠시 멈추어 자신의 아픔에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힘든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일을 겪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우리는 '내가 그렇지 뭐.', '이런 행운이 내게 오겠어.' 혹은 '내 팔자가 그렇지 별거 있겠어.'하고 자조하곤 합니다. 혹시 오늘도 그런 말을 무심결에 내뱉은 적은 없나요? 자기 판단과 비난을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의 약점과 실패를 비난하는 대신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무리에서 살면서 안전을 보장받고 또 무리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도록 설계되어 왔어요. 자기 비난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많은 방어기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러한 방어적인 자세는 우리가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지 않으려는 자연스러운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저서에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자책하게 되더라도 자신을 미워하기보다 그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자기비판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자기방어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해야 멈출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이 습관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동이 사실은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유지하려는 일종의 복잡한 자기돌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누군가 당신의 자책을 멈추게 할 거라는 헛된 희망으로 자신을 자책하지는 않을 것이다. 증오가 증오를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강하게 하고 강화할 뿐- 자기비난은 자기비난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비난을 멈추고 보다 나은 방법을 택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비난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자기비난이나 자기경멸은 힘이 세서 계속 강화가 된다고 하니 이제라도 자기비난보다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연민을 가지며 보다 친절한 반응을 하도록 해봐요. 자기비난은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하는 폭력일지도 모르겠어요. 한 번의 폭력으로 멍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격려가 있어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말로써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한 번의 자기비난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더 자신에게 연민의 말을 건네야 할까요? 이제부터라도 어리석고 쓸데없는 자기비난을 멈추고  아픔을 이해해주는 말을 자신에게 해보면 어떨까요?


자기친절의 방법


책 속에 소개된 실습방법이 있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볼까 해요.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1. 자신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는 첫 번째는 어느 때 자신이 자기비판적이 되는 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반복되는 말이 있는지, 과거의 자신을 비난하는 다른 누군가가 떠오르는지요. 비판자가 활성화되는 순간을 잘 알아차리도록 해보세요.


2. 자기비판적인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세요.

  '너는 정말 불쾌한 애야'대신에 '나는 네가 나를 안전하게 하고 발전하게 하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너의 가혹한 비판과 판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게 비판하는 것을 멈추어주렴. 네가 나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자기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내가 그렇지 뭐. 내가 잘 될 턱이 있겠어. 내 운이 그렇지 뭐. 하고 나쁜 쪽으로 자기 대화를 하지 격려하는 자기 대화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습관이 안돼서 그럴 거예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당신의 내면의 비판자의 의견을 착하고 친절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해 보세요.

매우 연민 어린 친구가 이 상황에서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상상해도 좋아요. 지나치게 감상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애정 어린 말이 좋아요.


"나는 네가 지금 너무 슬프기 때문에 기분을 북돋우려고 과자를 먹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기분이 더 나빠지고 몸에도 좋은 느낌이 들지 않잖아. 나는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그러니 기분이 좋아지도록 산책을 좀 길게 하는 게 어떨까?"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다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하지만 자기비판적인 어조로 일기를 쓴다면 별 효과는 없을 것 같아요. 제 글 어딘가에도 썼지만 인생은 자신과의 대화 혹은 자신에 대한 공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자신과의 대화의 어조나 패턴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자신과 대화하는 것조차 어색합니다. 안 해봤기 때문에요. 나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좋은 말이 나오고 좋은 말을 해줘야 나 자신과 사이가 좋아질 것 같아요.


자신이 미워질 때 자신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보통 연민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 지지적으로 말을 할 수 있다면 정말 근사한 일일 거예요. 상담기술에 무조건적인 긍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담자에게 무조건 잘했다고 지지하는 방법이지요. 얼었던 마음도 무한한 긍정의 지지를 받으면 조금씩 풀리는데 다른 사람에게 아닌 내가 나에게 무한한 긍정을 보내도록 해봐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참고문헌 : 러브 유어셀프, 크리스틴 네프, 2019, 이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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