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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Jul 03. 2023

나 자신에게 좀 더 상냥해지기

친구가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운전도 못하는 바보라고 자책을 하기에

괜찮다고 해줬어요.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몸 안 다친 게 어디냐고요. 


저는 작년에 두 번이나 친구와 비슷한 접촉사고를 내었습니다.

같은 사고를 두 번이나!

제 자신이 한심해서 가슴을 쾅쾅 칠 정도였습니다.  

'하, 나 같은 건 운전은 하지 말아야 해. 바보 같으니라고.'

스스로를 마구마구 비난했습니다. 화가 나서요.


앞으로 운전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사고가 안 날 때까지 더 해봐.' 하고요.


나와 덩달아 나를 바보취급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말해줘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런 반응을 기대하면서

저 자신을 무참하게 깍아내렸는지도 몰라요.

당신이 말 안 해도 이미 내가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요.

당신이라도 제발 나를 깎아내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면서요.


친구에게 하듯이 다정한 위로를 왜 자신에게는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 친구의 깊은 내면까지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해서 일까요?

그 친구의 일은 내 일이 아니라서요?


자책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친구의 일이라면 잘 알겠는데 내 일이 되면 알아차리가 어렵지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일을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요.

그 감정에 매몰되어 진흙 속에 빠진 것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친구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데 자신에게는 그게 왜 안 되는 걸까요?


신발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진흙덩어리 마냥 나를 향한 자책들은 덕지덕지 붙어서

잘 떨어지지를 않아요. 자책은 강화됩니다.

그러니 자기 비난을 멈추세요.

친구에게 하듯이 위로해 주세요. 쉽습니다.

'속상한 게 당연하지. 그래도 차만 상해서 다행이야.

운전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익숙해질 거야.

뭐든 익숙해짐의 문제잖아.'


나를 이해해 주면 분노가 사그라들 거예요.

먼지를 털듯 툭툭 털어봐요. 금세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그러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금방 떠오를 겁니다.


위로는 자신에게 먼저 해보세요.

남에게 말고 내게 먼저요.



Picture by 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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