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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Jul 14. 2023

어떤 경우라도 나를 위로해야 해?

나에게 연민을

요즘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내담자가 한 명 있어요.

바로 저의 사춘기 딸아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래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비판하고 미워했다가 나아지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폭풍 속에 있지요.


우리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별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고

바람처럼 이 또한 금방 지나갈 것을 알지만

긴 인생의 여정에서 지금 하나의 시련이

고작 작은 점에 불과하는 것을 알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선 그게 보이지가 않잖아요.


지금 당장의 과제가 내 인생의 전부같이 느껴지고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매일 실망하고

친구관계에서 좀 더 멋지게 처리하지 못해 자책하는

어쩌면 가끔 우리 자신과도 같은 모습이지요.

다만 상황이 다를 뿐..


자신에 대해 스스로 실망하게 되더라도

자책하거나 비판하지 말라고 얘기했더니

아이가 울면서 되묻습니다.

"어떤 실망스러운 경우라도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해?"라고요.


아무렴요.

그래야죠. 자책은 해결책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자신이 미워지고 실망하게 되더라고

실망하는 감정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해요.

감정은 알아줘야 해소가 됩니다. 인정해 줘야 내 속에서 사라집니다.

아, 이런 점은 나에게 실망스러워. 이 부분에선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져.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잘한 것도 있지. 부족한 것은 좀 더 개선할 수 있을 거야.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도 다음번엔 아주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거야. 하는 식으로요.


자신에게 엄마가 되어 주세요.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한 응원을 보내줍시다. 

손해 보는 거 아니잖아요?

힘이 들 때 순간순간 짜증이 밀려와서 괴로울 때

주문처럼 해보세요.

네가 이것 때문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거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배운 점도 있지 않아?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다 보면 답이 보일 거야.





* 여담 :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의 저자)은 스스로를 돌보고 스스로에게 연민을 보내는 것스스로에게 엄마가 되어주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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