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코밀 Oct 30. 2023

학교 오는 길이 즐겁나요?

40대 직장맘의 대학원 등굣길

"학교 오는 길이 즐겁나요? 어때요?"

하고 오늘 심리검사 교수님이 쉬는 시간에 나쁜 시력 탓에 늘 맨 앞에 앉아있던 내게 물었다.


학교에 나가는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업이 6시에 시작을 하니 4시엔 적어도 출발해야 한다. 거리가 멀고 지하철도 한번 환승을 해야 하고 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먹으려면 말이다. 내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곧 다가올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이 더 확실하기에.

 

그러니까 화요일과 목요일에 일찍 나오려면 2시간씩 총 4시간은 다른 요일에 더 근무를 해야 한다. 유연근무를 신청하고 다른 요일에 더 일찍 출근하거나 혹은 더 늦게까지 근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찍 나오는 날엔, 남들은 근무 중인데 나 혼자 일찍 회사를 나오는 쾌감이 있다. 쾌감의 뒷면엔 어쩐지 뒤통수가 찌릿찌릿한 부분은 그냥 무시하자.


 내게 오후 4시란, 여우가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바로 그 시간과 같다. 아직은 햇살이 도로 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며 아직은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과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충만한. 남이 시켜서는 절대 시도하지 못할 야간 대학원 등교는 그야말로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설레기만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도 매주 공부량에 치이고 아직 다가오기 않은 과제며 발제에 계속 신경이 쓰이면서, 학교 가지 않은 날도 출근길엔 이미 몸은 떡이 되는데, 2학 차가 되면 논문을 쓸지 말지를 고민을 해야 하고 과제와 공부량은 더 많아질 예정이며 그때가 되면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1학차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다니게 된 이래로 내게 잘해봐라, 멋있다, 대단하다, 응원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 이렇게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그만둬라. 나이 먹고 써먹지도 못할 건데 뭐 하러 공부를 하느냐. 공부 안 하는 게 돈 버는 거다. 회사나 열심히 다녀라. 등록금 아껴서 여행이나 다니고 맛있는 거나 먹어라. 나중에 투자한 만큼 회수는 할 수 있겠냐. 나이 들어서 몸 아프고 힘들게 무슨 짓이야. 그냥 놀아라. 등등.  에잇, 악마야 물렀거라.


알고 있다. 나도  내가 이런 말에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럴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내게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도 아마 내가 금방 포기하지 않을 걸 알고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먼저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질까 봐 먼저 이 난리부르스라는 것도. 아니면 대차게 힘든 여정을 시작한 내가 부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 공부는 연애랑 같다고 첫 화에도 썼는데, 상담이 나의 사랑을 받아줄 때까지 나를 좀 포기하지 말아 줬으면 졸겠다. 가다가 지치더라도 손 잡고 같이 가주면 좋겠다. 비 내리고 우박도 내리는 길 앞에 우산도 씌어주고 쉬어갈 오두막도 되어주면 좋겠다. 내가 포기하기 전엔 나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포기하고 싶어도 손 잡고 같이 가자고. (나 누구에게 부탁하는 거니..) 나도 잘 모르는 선배가 말한 것처럼 공부로 위로를 받고 싶다고 생각을 해본다. 위로 받는 다면 더 힘을 낼 테니까.


순간순간 포기라는 것을 하고 싶을 때마다,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고 싶을 때마다 생각해야겠다. 아무도 등 떠밀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힘든 여정 앞에 내가 상처받더라도 그건 꼭 상처받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오늘도 여전히 나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무엇인가를 시작한 당신이라면? 함께 KEEP GOING!


매거진의 이전글 MMPI, 넌 누구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