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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Jul 03. 2024

공감, 그 묵직한 이름

사춘기 아들에게 심한 욕을 들었다고 내게 말했던 사촌언니에게 나는 '언니!  아들이 그렇게 얘기한 건 사실 별 뜻 없이 화가 나서 툭 튀어나온 말일 수도 있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하고 위로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말은 틀렸던 것 같다. 나는 아이에게 욕을 들은 적은 없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위로받았다고 생각했을까.


어젯밤에 사춘기 아이는 볼이 아프다고(정확하게는 침샘이 아프다고) 내게 말했다. 그래 내게도 침샘이라는 것이 있겠지, 대체 그런 것이 몸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지 나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지를 생각하면서, 얼마 전에 처방받은 나의 감기약 중에 염증을 낮추는 약을 찾아 먹어보라고 권했지만(말도 안 되는 엄마의 엉터리 처방) 아이는 (당연히) 싫다고 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해결을 방법을 제시하며 나는 상황을 빠져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기말고사가 코앞이며 공부와 과제가 많은 데다 몸까지 아파서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인 나는 그 마음을 알아주기보다 제시했던 방법들이 퇴자를 맞자 화를 내었다. 밤은 이미 늦었고 나의 몸도 천근만근이었으며 애 아빠는 하필 지방 출장을 가고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 밤중에 그럼 어쩌라고.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보던지 하자.'라고 말하고서 아차 싶었다. 이미 내뱉은 말은 아이를 더 아프게 하고 녀석은 '이 밤중에 아프다고 말한 내가 잘못했네~'더 아픈 말로 엄마에게 되돌려 주었다. 조금만 더 참고 아이 마음을 헤아려줄 걸 후회가 밀려왔다. 과연 상담사로 괜찮을까 자책은 옵션으로 딸려왔다.  아이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었나 싶었다. 부모 역할 18년째인데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상담대학원 2학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상담에 대해 실질적인 것에 대해 공부하도록 교육과정이 짜여 있었고 이번학기 상담의 기술이란 과목에서의 첫 수업도  '공감'에 대한 것이었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공감이라고 하는가.  공감은 그저 공감으로만 끝나면 되는 것인가. 상담사가 하는 공감은 무엇이 다르고 달라야만 하는가.


상담의 기본은 내담자에 대한 진심이다. 그러나 그 진심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 진심만으로 상담이 되는가? 내가 상대방을 공감하고 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바로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기법(Helping Skills)이라고 교수님은 강조하신다. 그렇다면  상담사에게 공감을 전달하는 기법은 무엇인가? 에 대한 교수님의 물음은 학기 내내 어쩌면 그 이후로도 내게 많은 울림을 줄 것 같았다.


우리가 진정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칼 로저스는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완전히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부모심리 수업, 권경인 저, 참조)고 하였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우리의 공감은 어째서 의미가 있는 것인가.


맨 처음 상담사가 내담자를 만나 상담이 탐색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 상담사는 내담자의 내적 참조 체계(internal frame of reference)에서 내담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참고문헌 : 상담의 기술, Clara, E. Hill) 이는 내담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고 내 눈앞에 앉은 사람의 감정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상담사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상담사가 내담자가 스스로 내적 경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을 믿기 시작할 것이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유색처리 부분은 참고문헌 참조)


칼 로저스가 이야기하기를 내담자가 상담자에 의해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진다고 하였고 이를 위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과 진실성  그리고 공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고 당신이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방과 나를 완전히 동일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되 나는 여전히 나로 남아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교수님은 강조하셨다. (역시 공감은 어려운 것이 맞았다!)


그럼에도 상담사는 공감해야 하고 내담자에게 공감을 표현해야 한다. 내가 당신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표현과 내담자가 그 표현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상담자의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담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고 라포(치료동맹) 또한 형성되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깊은 자기 탐색과 통찰을 이루어내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내담자가 결국 얻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그리고 변화에 대한 희망일 것인데 이 모든 것이 공감을 시작으로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참고문헌 : - 상담의 기술, Clara, E. Hill. 학지사- 부모심리수업, 권경인 저, 2023, 라이프앤페이지











참고문헌 :

- 상담의 기술, Clara, E. Hill. 학지사

- 부모심리수업, 권경인 저, 2023, 라이프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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