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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Aug 09. 2024

공감 실험

비언어적 행동의 중요성

내담자에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는 상담의 전 단계에서 두루 필요할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공감이란 어떤 하나의 기술이라기보다는 상담사에겐 존재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상담사는 주의집중, 경청 및 관찰을 동해 내가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공감을 하고 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상대방이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업시간에 했던 실험이 내게 꽤나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주의집중 일부러 하지 않기' 실험을 했다. 지난주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을 옆사람에게 이야기하는데 듣는 이는 애써 주의집중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하는 이를 바라보지 않고 딴 청을 부리거나 시선은 다른 곳을 보거나 내 할 일을 하면서 건성으로 듣기, 대답은 하는  마는 둥 성의 없이 대답하기, 자세(몸)는 말하는 이를 향해 열려있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보게 하는 등 '최선을 다해 주의집중 하지 않고 건성으로 듣기'이다. 3분 정도 실습 후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는데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상대방이 주의집중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으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실험은 '듣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주의집중 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자세는 주의집중을 위한 태도(아래 주의집중을 위한 미시적 기술)를 가지면서 상대의 말을 애써 집중하지 않기이다.


- 주의집중을 위한 미시적인 기술(Egan, 1994)


상대방을 바라보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며, 이따금씩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좋은 시선 접촉(eye contact)을 유지하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언어적으로는 적극적인 경청의 자세를 취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딴생각을 하면서 되도록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아야 한다. 실험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잘 듣지 않으래야 안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딴생각을 하려고 해도  나의 개방적인 자세와 눈 마주침 등의 경청의 제스처는 상대의 말에 집중하게 도와주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저항하려고 해도 나의 경청을 위한 자세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말을 잘 듣도록 도와주었다는 사실은 내게 꽤 충격이었다. 


나는 대게 내 할 일을 하면서 남편이나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잘 듣지 못해 '뭐라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고?' 꼭 이렇게 되물었다. 토라진 상대방은  '너  내 말은 듣고 있어? 라거나  건성으로 듣다가 맥락에 어긋난 대답을 하는 내게 '넌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거지?'라는 핀잔을 들을 때가 많았다. 대화를 할 때 단지 상대방에게 나의 몸을 열고 눈빛을 교환하는 등 자세만 바꾸어도 상대방에서 훨씬 더 잘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야 우리는 상대방에게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내담자 역시 상담자의 비언어적으로 내게 집중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요소들은 내담자로 하여금 더 많은 말을 이끌어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상담장면에서 서로 간의 라포형성에도 광장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초보상담자와 숙련된 상담자의 상담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의 내용에 따르면 이들의 차이가 그다지 많지는 않게 나왔다. 그 이유는 초심 상담자가 내담자를 이해하려는 경청의 노력을 내담자가 알아봤기 때문이다.  상담의 기술이 부족하고 기법에 능통하지 못해도 내담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진실된 모습을 내담자도 곱게 봐준다는 것이다. 내담자를 오롯이 들어주고 마음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 진심을 내담자도 알아준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상담사의 길은 참으로 묵직하구나. 진심이 아니면 어렵겠구나. 그 진심 또한 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러기 위해 또 부단히 나를 들여다봐야겠구나를 생각했다.


 매 수업시간 새로운 내용들을 배울 때마다 ' 와 이게 머지? 이런 게 있다고?' 하는 마음으로  1학 차를 보냈던 것 같은 데 아직 놀라기엔 멀었나 보다. 내겐 아직 남아있는 2개의 하차가 있다.


김경일 심리학자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자신에게 감탄사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배움 앞에서 내가 지른 비명들은 어쩌면 배움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내게 보내는 감탄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왠 자뻑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자뻑이 없다면 힘든 항해를 계속 나아가긴 어렵진 않을까. 계속 감탄하면서 계속 배우면서 그렇게 나아가길 바라본다.

같이 자뻑하면서 나아가봅시다.



참고문헌 : 상담의 기술, Clara, E. Hill. 학지사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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