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중요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수용되는 듯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나요? 대게 우리는 그 반대의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 뇌는 부정적인 자극을 더 강렬하게 받아들이고 오래 기억하려는 습성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그러한 습성은 우리를 더 생존에 가능한 유기체로 살아남도록 진화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내게 해가 되는 그러한 자극을 주는 것은 다음에는 멀리하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수용받았던 기억보다 그러한 자극이 기억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지요.
저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내 감정이 인정되지 않고 묵살되거나 혹은 반대로 부정당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때마다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앉곤 합니다. 가만 생각해 봅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요.
우리는 감정의 동물입니다. 감정은 나의 과거의 어떤 경험과 맞물려 어떤 무엇을 느끼게 합니다. 당연히 내가 경험했던 나빴거나 바람직하지 못했던 경험으로 생겨난 부산물일 수도 있고요. 또한 진정 상대방의 무례함때문 일수도 있지요. 전자의 경우는 일단 내려놓고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혹은 부정했을 때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지요. 나의 마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잘못이야. 그건 틀렸어.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닌데 넌 왜 그렇게 느껴? 그렇게 느끼는 네가 잘못이야'라는 피드백을 계속해서 받는다면 우리는 아마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거예요. 매번 내게 상처룰 주니까요. 이런 사람이 부모라면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의 욕구와는 거리가 먼, 부모가 내세운 조건을 마음속에 새기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배우자나 연인이라면 어떨까요?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망감이 들 거예요.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진심 어린 인정이 '수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 네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다.' , '나라도 네 입장이면 그런 느낌이 들 수 있겠다.' 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부모에게서 그리고 배우자나 연인, 친구에게서 이런 공감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우리들의 관계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지요.
조금 인정해 주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야. 그게 아니지. 난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고.',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그렇게 느낀 거지?', '그렇게 느끼다니 넌 바보 같아.'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상처만 주는, 대화를 해봤자 내게 죄책감과 수치심만을 안겨주는 대화를 반가워할 사람은 없지요. 우리 좀 더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난하고 핀잔주는 대신에 진정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 타당화해 주는 것은 건강한 상호작용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래 경우처럼 마음과 달리 표현하는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
얼마 전 보게 된 금쪽이 영상에서 '엄마 난 자신감이 없어요.'라고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춘기 아들에게 엄마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얘, 그런 건 문제가 안 돼!' 아이의 표정은 순간 굳어지고 더 이상 엄마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매사에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하던 엄마는 이미 아들과 소통이 어려운 지경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부모는 자식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는 부모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향이 높지요. 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날까요. 표현이 적절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어요. 공감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달리 표현이 다르게 나갑니다. 엄마는 아마 자신감 없어하는 아들이 안쓰러워서 그렇게 말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넌 왜 자신감 없어하고 그러니. 그런 건 문제가 안 돼. 괜찮아.. '엄마는 아마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자식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엄마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들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저는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요. 맞아요.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그릇의 외관과 달리 그 음식은 맛이 좋을 수도 있지요. 말과 음식을 완벽히 동일하다 할 수 없지만, 마음을 어떤 그릇에 담을지 몰라서 고민이 되거나 아니 고민조차 하지 않아서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을 표현하고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처럼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혹은 부정했을 때는 일부러 그럴 때도 있을 수 있지만 대게는 소통할 줄 몰라서,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서 그럴 때도 많습니다. 내 마음을 다른 그릇에 담아서 내보였다가 내 마음과는 반대로 상대방이 알아듣고 오해를 하고 되려 상처를 주게 된다면 우리는 너무 속상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적극적으로 소통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학교에서 이런 소통의 기술에 대해 배운다면 얼마나 친구와의 학교생활이 풍요로워질까 상상하곤 합니다.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은 그저 가만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그랬구나, 네가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럴 수 있겠다. 그런 입장이라면 나라도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인정해 주세요. 상대의 감정을 인정해 주세요. 가만히 인정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