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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Jul 02. 2024

엄마는 공감 불능

사춘기 딸아이는 요사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우는 데 이유를 들어보면 특별한 이유랄 것도 없다. '아니 꼭 울어야 하는 이유들은 아닐 거 같은데.'가 나의 생각일 때가 더 많다. 숙제를  다 못해서 걱정돼서 우는 거냐고 물어보면 과제를 제대로 못해내는 자신이 싫어서 그렇다고 하고, 진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걱정이 돼서 그렇다고도 한다.


 아이가 중학교때 이런 적도 있었다.  학원을 가지 않겠다고 힘들다고 우는 아이에게  남들도 다들 그렇게 힘들다면서 너만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는 거 아니라며 살살 달래서 학원엘 가라고 했는데 결국 아이는 그날 말도 없이 땡땡이를 쳤다. 나는 아이를 달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아이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결국은 엄마의 의지대로 학원엘 가라고 했으니 빵점짜리 엄마가 아닌가.


그날 저녁에 아이가 학원 생활에 얼마나 지쳤는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학원엘 간다하고서는  말도 없이 학원에 가지 않은 아이의 태도만 나무라고 말았다. 그만하면 이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은 했지만 이것 역시 나의 판단일 뿐이지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한 태도는 아니었다.


그래 지금은 사춘기의 시기이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기분이 들쭉 날쑥 하는 거지 나도 월경 전 증후군으로 고생하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가끔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눈물이 날 만큼 슬프고 서러운 일인가 싶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도 중학교 시절 이유 없이 서럽고 눈물이 나곤 했으면서.


사춘기 딸과 잦은 트러블이 생기는 요즘 나 스스로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자문해 본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아이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웬만하면 아아가 원하는 대로 맞추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는 엄마에게 거절당할까 봐 차마 학원을 쉬고 싶다는 말을 못 하고 무작정 학교 앞을 배회했단다. 언제라도 엄마에게 아니 타인에게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랐는데 그것을 제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인 내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밀려왔다. 엄마로서 제대로 아이를 공감하지 못하면서 상담사로서 자질은 있는가 심각한 고뇌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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