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여의도에서 양재로 옮겨온 지 벌써 1년이 넘어간다. 요가 수업에도 참여한 지가 덩달아 1년이 되어간다. 사무실 건물에 요가원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이용하기가 정말 편리하다. 그보다 몹쓸 일자목과 이로 인한 어깨 통증 때문에 늘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데 도수 치료를 받기 위해 정형외과를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내게 팩폭(팩트 폭력)을 날리셨다.
- 이제 운동과 친해지셔야 합니다. 요가든 필라테스든요.
결국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야말로 살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가끔은 한의원엘 가서 물리치료와 침을 맞곤 하는데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 방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인들이 내게 왜 요가를 하느냐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대답하기를, '내 몸을 힘들게 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어요~' 누가 들으면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내 몸을 늘리면서 조이면서 느껴지는 시원함을 즐기는 중이지만 내가 맨 처음 요가란 것을 접한 것은 순전히 원활한 아기 출산을 위해서였다. 자연분만은 하고 싶으나 무서웠던 나는 배 속에 아기를 담고 요가를 하겠다고 퇴근하고 피곤한 남편을 운전기사로 대동하고 문화센터를 다녔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수년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픈 어깨와 두통에 시달리던 차에 퇴근길에 '핫요가'간판이 걸린 요가원으로 홀린 듯 들어섰다. 데스크에 앉아있던 나이가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요가 선생님은 대뜸 나를 보자마자 '어깨 안 좋으시죠? 무지외반증도 있으실 거 같은데~' 하며 아픈 곳을 찌르자 바로 등록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요가와의 인연이었다.
그때 운동 후의 느낌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온전히 나를 위해 제대로 된 시간을 쓰고 있다는 느낌. 일이며 육아며 일상에 지친 나를 온전히 돌아볼 유일한 시간 속에 있는 느낌. 내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기분. 내가 내 몸에 대해서 이렇게도 무심했었나 하는 반성과 동시에 이제는 좀 더 나를 아끼고 돌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설렘들로 교차했었다. 그래도 나의 핫요가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옆 건물에 플라잉 요가원이 생기면서 금방 문을 닫았다. 다행히 지금 요가를 배우는 곳은 일주일 내내 수업이 있고 수강생도 일정해서 금방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근 1년 만에 요가 선생님은 내게 요즈음 많이 좋아졌다고 해주시는데 내 몸 상태로 봐선 어디가 많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1년 전에는 정말 심각했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 내 한쪽 골반은 여전히 열리지 않아서 나비 자세는 아직도 한쪽 날개 다친 나비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리에 힘이 없어서 그런 건지 균형감각이 제로여서 그런 건지 나무자세는 비틀비틀. 코브라 자세는 아직도 각목 같은 내 허리가 뻐근하다. 박쥐 자세를 할 때는 손가락에 발가락을 건 내 두 다리가 펴지지 않아 할 때마다 창피했고 견상 자세를 할 때는 발바닥이 바닥에 온전에 닿지 않아 답답하다. 남들 다 되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되는 비둘기 자세를 할 때는 정말인지 비참한 마음이 되곤 한다.
예쁘고 완벽한 자세를 하고 싶지만 다리가 벌어지지 않으니 낙담하기 일쑤다. 예쁘고 완벽한 자세의 첫걸음은 뭐니 뭐니 해도 다리 찢기가 아닐까 해서 '일주일 만에 다리 찢기'(아니 한 달만이라도 좋으니) 영상을 찾아 따라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틀어진 골반은 생각지도 않고 다리만 찢으면 된다는 무식한 생각을 했더랬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요가 선생님은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 수업까지 와서 나랑 경쟁하려고 하지 마세요. 매트랑 싸울 필요 없어요.
아, 어쩐지 매번 좋은 자세를 해보겠다고 욕심부리고 좌절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 우리는 경쟁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매일 바쁘고 힘들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나 자신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마세요. 이 시간만큼은 나를 이해해 주세요. 우리 몸은 다 다르게 생겼고 요가 자세도 다 다를 수 밖에 없어요. 남들하고 똑같이 하겠다는 마음은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이 시간만큼은 나를 보듬어 주세요.
송장 자세를 하고 있는데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래. 우리는 다 다르다. 그래서 다를 수 밖에 없다. 맞다.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를 좀 알아주는 시간. 이해해주는 시간.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 요가를 하는 동안은 몸도 마음도 자라는 시간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