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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ug 22. 2019

진실을 진실하게 쓰는 글

독자의 공감을 해치는 두 가지 실수

진실을 진실하게 쓰는 글     


“수필이 뭘까요?”     

수필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다. 쉬운 질문 같았지만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함께 배우는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자 선생님은 펜을 들어서 적으라고 하셨다.    

  “진실을 진실하게 쓰는 것”     

이게 바로 수필이란다. 의욕에 넘쳐 필기는 정성스럽게 했지만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진실을 진실하게 쓰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선문답 같은 그 말이 요즘 자주 생각난다.      

 “진실을 진실하게 쓰는 것”

 수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일상이 글에 녹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글로 써내는 과정은 사실 만만치 않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단지 빛이 반사되어 비추는 현상일 뿐, 실제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내 일상과 생각을 글로 그려내는 것은 발가락으로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수필 쓰기를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주로 하던 실수는 과한 수식어였다. 주어와 서술어가 어지럽게 흩어졌고 비유와 암시가 흘러넘쳤다. 선생님이 첨삭해 주신 원고에는 빨간펜이 칼춤을 추었다. 수필의 문장은 백자처럼 단정하고 간결해야 한다고 하셨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     


 소리 내서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읽다 보면 혀끝에 탁탁 걸리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많은 작법서에 소개되는 방법이지만, 실제 내 글을 소리 내서 읽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 글을 소리 내 읽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면 안 된다.     


두 번째로 내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감정선이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북받치고는 한다. 특히 가족이나 어린 시절에 대한 글을 쓸 때 더욱 그렇다. 내 감정을 진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는 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문장이 필요하다. 글을 쓰고 퇴고하면서 맞춤법만 볼 것이 아니라 글의 감정선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수필의 글이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진실하게 쓴 진실’만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과한 수식어와 끓어오르는 감정선은 진실을 가린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이지만, 지금도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아직 배울 것이 많은 글쓰기이지만 이 두 가지 실수만은 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있다.


진실을 진실하게!!


여기서 말하는 진실이 fact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진실하게 담아내라는 의미가 아닐까. 나 역시 마음속 깊은 곳에 두레박을 던져 바닥 아래 진짜를 건져내고 싶다. 지하수처럼 맑고 차가운 글이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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