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는 것과 번쩍이는 것과 짙게 고요한 것

by 감히

땅을 밟으면

툭 하고 소리가 난다는 소문

빗방울들은

너나없이 땅으로 뛰어들어

툭 툭 툭 툭

땅 위를 신나게 구른다


그렇다더라,

뒤늦게 소문을 들은 이들은

서둘러 땅으로 뛰어든다


위험할 텐데,

빛은 그들의 명랑한 장난이 불안하다

몇몇 빗방울의 자유 낙하는

휘청거려 위태롭다

빛은 서둘러 채비하고

그들을 향해 강하한다


떨어지나 봐,

빗방울들은 잠시 조용하고

어두운 공백이 하늘을 삼킨다

빛이 하늘을 가로질러 땅에 닿고

하늘은 일순에 하얗다

곧장, 어둠은 섬광을 메꾼다


희미해진 하얀 경로를 따라

빗방울들이 뭉쳐 낙하한다

빛을 보았는지를 물으며

흐릿한 궤적을 살피며


빛은 이제 없어,

빗방울들은 무겁게 곤두박친다

툭 툭 툭

경쾌한 소리 가운데

무겁고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찰나에 멎었던 비는

이제 투둑 소리를 내다가는

트드드득 소리를 내다가

파- 하고 울린다


그러면 빗방울은 소리를 잃고

사람들은 빗소리 속에서

불규칙한 공백을 듣는다


공백이 빗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땅은 숨을 들이쉬고

빗방울들은 구석 구석으로 흘러 숨는다


이제, 어둡고 가벼운 공백은

하늘에서 짙게 파랗다


<울리는 것과 번쩍이는 것과 짙게 고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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