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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봉 옛글

할머니

조성범

by 조성범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여를 따라 동네를 돌았다. 상정천을 지나고 신작로를 돌아 할아버지 옆 언덕은 큰 웅덩이로 하늘을 묻으려 입을 벌렸다. 고향 충청 서해안 내포-홍성 광천-에는 탈관이라 목관을 풀고 염한 시신을 구덩이에 곱게 누이고 마을 사람이 내려가 황토흙을 입힌다. 아랫동네 사람 사자의 몸에 오르니 산자가 드문 좁은 시골인데 결혼 안 한 사람은 안된단다. 갓 결혼한 내가 내려간다 하니 가족은 안 데는 데,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할머니 얼굴에 고운 황토를 입혔다. 할미는 대학시절 굶고 품팔이할 때 배 과수원 풀을 뽑으며 성범아 성뱀아 부르시며 허리에 숨긴 꼬깃꼬깃한 만원 짜리 숨에 흙을 묻혀 주셨다. 할미를 두 손으로 묻고 달포 밤을 지새우며 설쳤다. 지나서 보니 할머니의 사랑에 죽을 고비를 많이도 넘겼다. 사업 말아먹고 한강에 목숨을 던졌을 때,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나왔는 데 지금 돌아보면 할미 손이었구나. 할머니 막내아들 손주 쌈짓돈에 바람이 분다. 할미가 오셨나


2014.8.2.
조성범

. 집을 나와 언덕에서 이제 가자
. 충청 서쪽 서해바다 끼고 있는 내포는 사실, 충남이 아니라 충청 서도가 맞다. 김해처럼
. 좁은 고을에 성삼문 사육신, 한용운 님의 침묵, 김좌진 장군, 이응로 화백... 오서산을 품고 있다.


ㅡ사진은 집 뒤에서 본 오서산(79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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