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걷기가 미안해지는 아침입니다.
장대비에 혼난 흙더미가 물기를 빨아
돌 틈, 보도블록 틈바구니를 헤집어
여린 잎사귀, 하늘을 보려 솟아오르고 있어요.
사람이 그은 이승의 경계, 흔적을 지우려고
틈을 따라 이름 모를 풀잎이 제 땅을 수복하려
낮은 걸음으로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키 큰 아가씨의 하이힐에 목덜미 파열해도
이 녀석들은 흑염을 핧으며 낼도 모레도
땅을 붙들고 진군할 겁니다.
풀잎아! 태초에 네 땅인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두발을 어디에 두고 걸으란 말이더냐.
외다리로 껑충껑충 뛸 수도 없고
욕심 많은 몸뚱이 살점 도려내 줄일 수도 없고,
허공을 걷는 네 등짝을 사쁜히 지르밟고 갈 테니
무거운 이 영혼을 용서하지 마시게나.
담 생에는 무거운 이 육신을 밟고 윤회하셔요.
2013.8.3,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