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대(月臺)
바람이 스치듯 한강 길을 걷다가 불현듯 떠나고 싶어산책 옷차림 그대로 탐라로 내달렸다.작년 2012년 7월 초순 지천명의 유랑 길은 별안간맘이 가라는 대로 준비 하나도 없이 물 따라 바람에 등 떠밀리어 그렇게 섬길을 걷고 걸었다.
첨에는 한 일주일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내고 오려다가 뭔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섬 자락이 바짝 달라붙어온 몸이 제주의 풍광과 풍치, 섬사람들의 구수한 말투와조금은 억센 억양에 괜스레 맘이 편하게 저벅거리고잠깐 동안의 섬 유배에 전신을 풀기 시작하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틀어박힌 방구석도 답답하여초저녁에 조금씩 밤바다 길을 걸으며 칠흑의 밤하늘과 바다 내음, 방파제를 철썩거리는 푸른빛 물살의 흰 포말이서울의 한강 둑 길을 걸을 때와는 다르게 가슴에 안기는 게편하고 머릿속이 맑아지고 좋더라.
며칠 있다 오려던 맘을 뒤로하고 이곳저곳 걸어보고가기로 맘을 다잡고 맘을 내리며 이른 아침부터밤이 어둑어둑하도록 걷고 걸으며 맘을 내리기 시작하니몸뚱이는 곤하고 발바닥은 물집이 마를 날이 없었지만
육신이 무거워질수록 맘 하나만은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십오 일간의 탐나 유랑은 예기치 않게 시작되고낭중에 어림잡아 보니 일백삼사십 키로 걸은 것 같다.그 걷는 와중에 탐라에서 디자인하시는 선배의 소개로제주 인근 외도동에 있는 제주 월대라는 곳을 가니 절로 신이 나고 그 풍광에 입이 쩍 벌어졌다.
월대(月臺 ) 달그림자
밤빛이 서러워서
달빛 타고 선녀들이 내려와
밤마다 월대천에 물장구치고
새벽녘 닭울음소리에 놀라
날개옷을 나풀거리며
별빛 쫓아 칠흑의 화폭에
밤하늘을 수놓았네
밤빛에 옥계청류(玉溪淸流 ) 깨워
별무리와 풍치를 경연하던
천녀(天女)들의 놀이터에
삼백 년을 거슬러 오르니
선녀들의 웃음소리 새어 나오고
보름달이 취해 노를 저으며
옥빛 물에 달그림자 멱을 감네
제주는 화산섬이라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인데 월대천은 사계절 냇물이 흐르는 물길 중 한 곳이다. 명당자리는 사자도 좋아한다고 했던가,이곳 월대를 감싸고 있는 해송과 월대천에 목을 매고 몸을 던지는 사람이 해마다 있다 하니 삶과 죽음, 내세의 천당은좋은 경치를 놓고 씨름하더이다.제주길에서 네 번 밤낮을 엇갈려 와서 농주도 마시고월대에 밤을 이고 누웠던 달빛이 그리워진다.탐라가 좋아 환갑이 지나면 도회지를 벗어나흙을 묻히기로 다짐하고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날보름간 제주 유배생활 마치고 천둥번개를 따라 뭍으로 기진맥진해 빠져나왔다.
2013.1.27.
조성범
*사진. 2012년 7월 탐라 유랑길 월대천.
------------
*옥계청류(玉溪淸流)
옥같이 맑은 시내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