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들풀 친구
몇 해 전인가 도서관 쉼터 내려가는 적삼목 계단을
개보수하며 목수는 세 번의 톱질을 기꺼이 하는 수고를
마다하고 나무계단 턱에 구멍을 뚫었다.
한갓 들풀에 불과한 민들레가 가여웠는지 창을 내었다.
꽉 막혀 어둠 속에 순장되었을 꽃다운 풀의 생명을 위해
구멍 뚫린 창문을 내고 어둠 속에 바람과 하늘과
별과 해와 달이 쏟아지게 했다.
가로 반 자에 높이 세 푼 되는 허공을 조각했다.
풀꽃이 지 아비의 톱질을 들었는지 이름 모를 정성을 입고
세찬 눈보라도 거뜬히 이기고 천둥 번개 우레도 벗하며
봄마다 빼꼼히 여린 풀잎 손가락 휘젓는다.
들풀 마디마디 창가를 서성이며 눈 빠지게 기다리다.
풀잎 너울거릴 때 하늘에 갇힌 나를 보는
너의 눈빛이 그렁그렁하다.
낼 산책(순찰)길에는
물 한 바가지 너의 입술을 적셔야겠다.
이 하늘, 이 공기 알뜰살뜰 나누며 헐겁게 살자꾸나.
2017.4.27.
조성범
*중앙도서관 경비 순찰 길에 만나는 들풀 친구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