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아버지의 파란 양철지붕과 대문

조성범

by 조성범

녹슨 양철 지붕

삼십여 년 만에

올봄, 파란 지붕으로

하늘을 안았습니다


다섯 형제가 주머니 털어

엄니의 걸음만큼 헐거워지고

숭숭 구멍 뚫려

장대비에 제 머리를 덮느라

애간장 녹이던

아버지의 지붕, 머리를 올리기로


다섯 형제 중

젤 못난 둘째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을 털어

가짜로 보시한 척...

그렇게 비 울음을 틀어막아

여름을 넘었습니다


두 해 만의 고향길

파란 하늘 지붕이

뚝방 길에 들어서자

푸른 울음을

그렁그렁 냇가에 흘렸습니다


혼자 뒤척뒤척

냇가 뚝방길을 걸어

대문 문설주

모르터르를 뿌린 하얀 기둥


오른편, 문설주에 십자가

성부, 성자, 성신의 이름으로


엄니의 가슴이

주님의 품에서 편안하시면,

아버지의 눈이

아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2013.9.24.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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