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시집 원고 출판사 보내주기로 한 날인데 뒷산 거닐며 검붉게 물드는 잎새의 찬연한 속죄를 함께 하네 세 번째 시집 내고 육 년 동안 수 천 글 나부낀 글 정리하려다 숨 쉬는 것만큼 아름다운 잔치가 있을까 사람으로 와서 사람으로 한 세상 살기 힘들구나 땅에 뿌리내린 초목의 겨울나기 준비를 보노라니 한 번뿐인 삶 두런두런 되새기네 사람으로 살기 기쁘면서 사람답게 천의무봉 몸뚱이 가볍게 한생 지내기 벅차구나 사람에게 기대하는 영혼의 빛이 어그러지는 나날들, 허공 가볍게 비행하는 가을 잎의 찬연한 슬픔을 반추하다 낙엽송 가지마다 봄날의 잎, 여름날의 푸른 잎새, 늦가을의 울긋불긋 검붉은 잎사귀의 시나위, 하늘과 땅 사이 지르밟네 비워지느라 묵은 세월 남김없이 떨구누나
2021.11.7.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