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음이 비틀거리며 산가지를 붙들고 산마루를 오르느라 비탈길 돌무덤을 발에 걸고 손에 걸어 오르며 품새의 여운을 빼내느라 걸음걸이에 바람이 쌓인다. 나뭇잎, 땅에 떨어지려 빈 하늘을 움켜쥐고 바람결에 기운을 자르고 나락으로 무게를. 어둠을 덮고 자란 수풀과 낮은키나무 큰키나무가 어깨를 비비며 산중을 떠도는 어깻바람이 다칠세라 나뭇가지 오므리다 폈다 골짜기에 바람을 낳느라 어깻죽지 아려도 달게 산등성이에 뻗은 가지를 꼼지락거려. 빛이 타들어가는 늦가을의 산길에는 비탈진 땅을 헤집고 시절을 살아낸 사연이 누워, 생의 긴 시간을 놓는 풍장의 상엿소리 꽃잎 붉게 달고 검붉은 수의에 빛을 물들인다. 움푹 파인 비탈에는 지난여름 천둥번개에 혼쭐난 흠집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묵은 상처에 달궈진 잎사귀가 사멸하여 빛을 덮는다. 가을은 시간이 일어섰다 쓰러지는 빛이 우는 계절이다, 침묵의 계절이다. 푸르디푸른 짙푸른 잎새에 화려한 분칠을 하고 뭍을 나서며 거추장스럽게 모아두었던 산경을 하염없이 내리어 목젖까지 차오르던 욕망의 빛을 사심 없이 쭈그리어 발목 깊이로 낙엽이 쌓인 두께로 낮추는 걸음걸이이다. 타오르는 번뇌는 헛기침을 뱉으며 팔다리 남김없이 땅속에 드리는 낙화하는 헛. 거기에 왔다 거기에 왔다 떠나는 빚이 빛이 되어 뻘쭘한 낯빛 추스르려 낙엽이 뒹굴 때 슬며시 삭힌 눈빛을 뽑아내는 무량의 욕을 벗는 절대의 시간, 순수가 타들어가 빛으로 환생하다 빛으로 어울 무덤으로 떠나는 사이에 머문,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하는 이승의 빛을 벗어 업을 푸는 회개의 언덕이다. 바람은 산을 둘러업고 빛을 내리려 허공에 뜬 가시나무 잎을 따라 산길을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