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생명인(生命人)

조성범

by 조성범


헐벗은 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한 거동의 어여쁜 광대여

여기 의식의 공간에

작태를 나부랑 거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산 삶이란 무엇이란 말입니까.

사지 온전히 보존하고

뒤뚱거리지 아니하는 공기의 파장이

진정코 무쇠목숨이란 말인가.


아!

보고 본 대로 의식할 수 있는

영생의 영물이란 어떠한 것인가

어머니의 목소리 아버지의 숨소리

태생이 삶을 재촉하노라

원초가 본원의 그릇이

삶을 비웃노라


산 삶은 산대질 하여

산대로 되 씻을 수 있는

그대로의 몸짓이라

선악의 피안에 커다란 미숙아가

발랑 들어 누워

쇠 소리 바람에 띄우는 인간억겹


일에 쫓긴다.

짓 쫓기는 일거수일투족

산대로 산 모습으로 설 수 없는 산 삶

산 생명은 있음을 있음으로

볼 수 없으면서

있고자 하는 그늘진 허상


미래의 덤불길은

무언의 행각처럼 청량한 땀방울이라

살고자 할 때 살 수 있는

뫼∙울진 영혼이라

살고자 하는 생명, 환희의 울음이라


처자식 조아리고 처자식 둘러업고

뫼∙울 넘어

광막한 사유의 터를 걷노라

뭇사람들아 인지상정의 사람들아

그대들은 아는가.

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모습의 빛과 그늘을

뒤척이고 있는가.


1988년 4월

조성범


*대학 4학년(1988년) 학회지 편집장일 때 쓴 글입니다.

비망록을 잦은 이사에 분실해 일기장 말고

남은 글 중에는 오래된 글입니다.

*이 글을 쓸 당시 밀톤의 실락원에 매료되어 빠져 있을 때이고, 지금도 좋아하는 몇 권의 책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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