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고해

조성범

by 조성범

자유의지 없는 삶 얼마나 편할 소냐

이미 길들여진 몸과 영혼 편하겠는가?

일평생 살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아픔의 이웃 위해 눈물 흘린 적 있었던가?

벌판의 땅과 하늘 사이 걷는 바람의 웅성거림,

별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 홀로 걸은 적 있는가?

숲길 흙바닥 언덕길 오르며 어둠 속 방황한 적이 있는가?

비 오는 삼각산 백운대 서서 빛이 소멸하는 주검 속 낭떠러지 벼랑의 끝단에서 산의 속삭임,

발자국 디디면 허공과 한 몸이 될 터인데

긴 밤 서성이며 온몸 비바람과 어둠을 쓰고

밤새 통곡한 적이 있었던가?

벌겋게 달궈진 심장 끌어안고

펄펄 끓은 머리와 가슴팍 쥐고

새벽 3시, 백운대 천둥번개 계곡 따라 어둠을 지치다 숲의 눈물을 적신적 있는가?

그대의 몸 구석구석 통곡의 지문이 되었는가?

한강 뚝방 아랫길 눈보라 헤치며

새벽을 눈길로 적어 내린 삶의 몸서리를 보는가


2016.12.23.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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