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먼저 가신 님이 있기에 오늘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내 배가 배부를 때 이웃 배는 주려감을 알게 하소서
나와 나의 가족의 안전은 내 집 담장이 아무리 높아도
쇠창살로 막을 수 없고
이웃이 따뜻하게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고
웃음소리 끊이지 않을 때 가능함을 알게 하소서
이 땅이 오늘까지 장구하게 지켜질 수 있음은
시장 좌판에서 농사일을 하다
오두막집에 살다 언덕배기 판자촌에서 살다
이 땅이 위태롭자 온몸을 던진 아프게 사는
이웃의 부모형제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게 하소서
내가 부자로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은
배고픈 민중의 부모의 부모가 주린 배 움켜쥐고 바닥에서 군소리 없이
조국이 잘살기 만을 바라며 밤낮으로 일한 열정과 애국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을 알게 하소서
배운 자가 못 배운 자의 등짝에 올라타 호령하는
파렴치한이 거세되고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어깨 나누며 동행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북쪽 인민의 백성이 오늘도 질기게 살아남아
통일 대한의 미래로 갈 수 있게 허락하소서
옳고 그름이
권력과 자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진실과 거짓에 따라 분별하는
명명백백 정의의 나라가 되게 하소서
지식인이 앞장서 슬픔 앞에 무릎 꿇고
이웃을 위로해 주고
그들이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지식인의 양심이 살아있게 하소서
배움이 일신의 영달을 위한 지식의 선점이 아니라
세상의 소금으로 쓰일 수 있는 헌신과 지혜가 되게 하소서
정의가 샘물처럼 흘러
대조선의 장구한 역사가 줄기차게 이어지게 하소서
통일이 살아생전 와서 제주에서 목포 지나 광주 거쳐 부산 돌아
대구 지나 대전 지나 천안, 서울, 한강 다리 건너
개성, 평양, 신의주, 원산, 함흥, 백두산 올라 굽어보고
대조선의 땅 안시성에 묵고 쉬다
만주 벌판 걷고 걷다 말달리게 하소서
2017.1.2.
조성범